[생활 속에 침투한 성매매] (상)숙지지 않는 성매매

입력 2014-09-18 10:38:33

"한 달에 서너 번 단속 안 걸리는 방법 안다"

2000년 전북 군산 대명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로 5명의 여성이 세상을 떠났고, 2002년에는 군산 개복동 유흥주점에서 불이 나 20대 여성 14명이 숨졌다. 이 두 사건이 계기가 돼 2004년 9월 23일 성매매방지특별법(이하 성특법)이 제정됐다. 성특법은 시행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매년 법 제정일 즈음이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10년, 그동안의 변화와 앞으로의 방향을 짚어봤다.

◆꺼지지 않는 붉은 등

이달 12일 오전 1시 10분쯤 성매매 집결지인 대구 중구 도원동의 속칭 '자갈마당'. '나까이 이모'(호객행위를 하는 중년 여성)들이 지나가는 차를 세우다 못해 양옆으로 매달리듯 차창을 두드리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유리문 너머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닮은 '홀 복'을 입은 여성들이 빼곡히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전라도 출신의 성매매 여성 A(27) 씨는 "고향에는 아는 사람이 많아 대구까지 왔다"며 "처음에는 '노래방 도우미'를 하다 돈을 더 벌고 싶어 성매매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A씨는 "요즘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성매매를 쉽게 할 수 있다"며 쭈그려 앉은 채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성특법 시행 이후 경찰의 집중 단속 등으로 성매매집결지는 한동안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업소 수가 줄어드는 등 폭격을 맞은 듯했으나 어느새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구여성인권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갈마당엔 성매매업소 48곳이 불을 밝혔고, 그곳에서 250여 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2002년 58개 업소(여성 500여 명)가 활개쳤던 자갈마당은 성특법 시행 후 단속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2006년에는 50개 업소로 줄었고, 성매매 여성도 200명으로 감소했다. 곧 없어질 듯했던 자갈마당은 이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지금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성특법 직후 강력한 단속과 업주들의 눈치 보기도 시간이 지나면서 느슨해졌다. 초기엔 경찰의 집중 단속에 자갈마당 등 성매매 업주들이 납작 엎드렸다. 30건 안팎에 머물던 중부경찰서의 연간 성매매 단속 건수(2006년 27건, 2007년 32건, 2008년 24건)가 2009년엔 42건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경찰의 단속 의지가 약해지면서 2011년에는 18건에 불과했다. 한 나까이 이모는 "사실 업소가 줄어든 건 단속 때문이 아니라 이른바 '진상' 손님 때문에 아가씨가 그만둬서다"며 "단속은 한 달에 서너 번 이뤄질 때도 있지만, 단속을 피하는 방법이나 손님이 걸리지 않게 하는 방법 등이 있어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신'변종 업소 활개

이런 사이 성매매는 되레 학교나 주택가 등 일상생활 공간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신종, 변종을 낳으며 성특법을 비웃고 있다.

4월 초 B(30) 씨는 한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키스방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에 나온 한 웹페이지에 들어갔다. 이 웹페이지를 개설한 업소는 같은 상호로 ○○점, △△점 등 대구에만 체인점이 17개나 있었다. B씨는 17곳 중 자택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원하는 시간을 예약했다. 그는 추가금을 내면 유사 성행위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B씨가 찾은 업소는 200m 이내에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7월 28일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서 성매매하던 관계자들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로 업주와 관리인, 성매매 여성 등 6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이다. 이들은 초교 인근 상가 건물 지하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남성에게 10만원을 받고 유사 성매매 영업을 했다.

실제로 성매매 피해여성 상담소를 찾는 여성들이 있었던 업소는 다방, 유흥주점, 오피스텔, 원룸, 전화방 등 종류도 다양하다. 노래방은 '옆방'이라고 해서 성 구매자가 돈을 내면 노래방 업주가 방값을 받고 성 구매자를 노래방 내 다른 방으로 옮겨 성매매시킨다. 또 '립카페'라고 해서 업소 간판 없이 비밀영업을 하며 사전예약제로 유사 성행위를 하는 변종업소도 있다.

직장인 C(42) 씨는 "남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 업소는 여성 2명이 한 번에 들어오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곳도 회원제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성매매집결지와 달리 변종업소의 경우, 음성적으로 영업하다 보니 여성단체는 물론 경찰도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박은자 '상담소 힘내' 부소장은 "변종업소는 성매매 후기 사이트와 현장 점검 때의 정황 등으로 추산만 할 뿐 얼마나 있는지, 또 어떤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며 "경찰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으나 상담소를 찾는 성매매 여성이 한 달에 300명이 넘고,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의 여성이 여전히 성매매 시장에 있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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