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정성의 묵, 버섯'고기 어울린 웰빙음식
구황음식 가운데 '웰빙음식'이 된 음식이 많다. '묵'도 그중 하나이다. 대개 원료의 이름을 붙여 메밀묵, 도토리묵, 밤묵, 칡묵, 우무묵이라고 부른다. 녹말묵은 물에 불린 녹두를 갈아서 가라앉힌 앙금을 말린 가루인 녹말로 쑨 묵으로 약간 푸른색을 띠어 청포묵이라 한다. 강원도에 가면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묵도 있다. 적당하게 채 쳐서 익은 김치와 김가루에 깨소금 좀 뿌리고 시원한 멸치 육수에 말아 먹는 묵사발 한 그릇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정성과 기다림으로 쑨 묵
풍성손메밀묵집은 묵을 쑨 지 35년이 된 묵 전문점이다. 아직도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묵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메밀을 씻고 까불려서 깨끗이 헹군 뒤 잘 일어 놓는다. 끓는 물에 담가 쓰고 떫은맛을 우려낸 뒤 식혀 갈아 물을 부어가며 체로 걸러 가라앉힌 다음 윗물을 따라 버리고 밑의 앙금으로 풀을 쑤듯 끓인다. 이때부터 불과 인내의 싸움이 지속된다. 걸쭉하게 되고, 김이 나고 기포가 생겨나는 그 형태를 보면서 얼마만큼 물을 추가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것에 따라 묵의 강도와 부드럽기가 결정된다. 습기가 너무 증발해 버리면 묵이 마른 건빵처럼 푸석해지고, 습기가 너무 많으면 물러진다. 다 된 뒤에는 적당한 용기에 담아 자연스럽게 식히면 굳어져 묵이 된다. 최성욱 사장은 "젓다 보면 되고 걸쭉하다가 어느 순간 부드러워지면 다 된 것"이라며 싱긋 웃는다.
묵은 그 자체로는 별 맛이 없는, 싱거운 음식이다. 그래서 싱거운 사람을 일러 '묵 같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 몇 가지 재료와 양념이 들어가면 '고향의 맛'이 나온다. 자극성 많은 우리나라 음식 중 묵은 가장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탄력 좋게 눌린 자리가 바로 원상태로 돌아가는, 차진 것을 상품으로 친다. 최 사장은 "묵은 기다림과 정성이 반"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묵을 쑤는 일이 힘들다고 했다. 통메밀만 사용하고 인공 감미료나 다른 곡물은 일절 넣지 않는다고 했다.
◆다양한 메뉴
풍성손메밀묵집은 전통묵집답게 다양한 메뉴가 있다. 먼저 묵밥이다. '묵채' 혹은 '묵사발'이라고도 불리는 이 음식은 채 썬 메밀묵에 멸치육수를 붓고 익은 김치와 김가루, 오이, 양념 등을 넣고 후루룩 먹는 음식이다. 일단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비빈다. 메밀 향과 육수 맛이 코끝을 스친다. 메밀을 빻아 직접 쑨 묵은 가늘고 길게 채썰어 비비기에 적당하고, 잘박하게 부어주는 멸치 육수 덕에 뻑뻑하지 않다. 욕심을 한껏 부려 숟가락에 그득 담아 입으로 옮긴다. 멸치 육수 맛이 퍼지고, 그다음은 신 김치와 김,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수한 메밀 맛이 내려앉는다. 가볍게 느껴지던 맛의 조화가 씹을수록 깊어진다. 묵채를 먹어 본 사람은 그 와중에도 숟가락을 놓지 않는다. 배가 불러지기 전에 그릇을 적당히 비우고 밥을 주문한다. 먹고 남은 멸치 육수에 밥을 말면 맛이 훨씬 진득해진다. 밥알이 한 알 한 알 퍼지면서 국물이 묵과 양념 사이로 파고든다. 최 사장은 "묵채는 묵 자체의 맛을 육수와 양념의 조화로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갖은 채소로 묵과 버무린 묵무침은 새콤달콤매콤하다. 묵을 할 때 모아둔 묵물로 전을 부친 버섯전도 맛있다. 버섯은 담백하고 묵물은 구수한 맛을 낸다. 묵과 양상추, 파프리카, 치커리, 무순 등을 유자소스로 버무린 묵샐러드는 찾는 손님이 많다. 특히 맛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자손님이 좋아한다. 남자손님은 술안주로 제격인 돼지김치찌개에 메밀묵이 들어간 태평초를 찾는다.
◆남구청 사격팀, 이 맛에 묵집 찾아
2002년 창설된 대구 남구청 사격팀은 이 집 단골이다. 박은영 감독은 "운동선수라 다들 고기류를 좋아하지만 20대 여자이다 보니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 가끔 이 집에서 회식을 한다"며 "묵 종류를 비롯해 버섯이나 고기류도 있어 모두 좋아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또 "개인적으로도 묵을 좋아한다. 이 집 묵은 다른 집에 비해 차지고 맛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특히 색다른 맛이 나는 묵샐러드는 몸에도 좋은 웰빙음식인 것 같다"고 했다.
류민이 선수는 "장이 좋지 않아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은 부담스러워 잘 먹지 않지만 묵은 소화가 잘돼 올 때마다 맛있게 먹는다"고 했고, 정혜련 선수는 "메밀묵은 도토리묵에 비해 더 부드럽고 차지고 목 넘김이 좋다. 묵샐러드는 상큼하니 맛있다. 사장님께 더 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7'8월에 있은 봉황기사격대회에서 10m 공기권총 부문 대회신기록을 세운 강소원 선수는 "충남 논산 출신인데 메밀묵은 처음이다. 도토리묵은 떫은맛이 나는데 메밀묵은 향도 있고 구수한 맛도 있다. 개인적으로 새콤달콤매콤한 묵무침을 좋아한다. 양념이 잘 배어 있고 아삭하니 씹는 맛도 있다"고 했다.
정지윤 선수는 "저 역시 묵을 좋아하는데, 시장에서 먹는 묵과는 다르다. 더 부드럽고 식감도 좋다. 특히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메밀버섯전을 좋아한다. 모든 음식에 사장님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것 같아 남김없이 먹다 보니 과식할 때도 있다"며 "맛이 좋아 친구나 부모님을 모셔오고 싶다. 특히 살찔 염려를 하는 친구를 데리고 오고 싶다. 특히 묵채는 할머니 손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연중 무휴)
▷규모: 150여 대
▷주차장: 20여 대
▷문의: 대구 남구 대명6동 571-2, 053)654-8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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