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만 짓고 생색내면 4년전 상용차 악몽 재연
대구와 삼성이 15일 대구창조경제단지 조성과 인재양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자 '삼성 효과'가 대구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이 대구창조경제단지 조성 등 하드웨어 구축만 마치고 대구시가 기대하는 장기적인 투자나 경제협력은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대구와 삼성 간 뼈아픈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의 삼성상용차 퇴출이 대표적이다. 1990년 초반 삼성자동차 부지로 부산을 선택해 대구시민들의 분노를 산 삼성그룹은 자동차 대신 상용차를 성서공단에 입주시켰다. 이후 삼성은 자동차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대구시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았지만 2000년 삼성상용차 사업을 포기하면서 대구를 등졌다. 당시 지역 내 반삼성 분위기가 극에 달했고 삼성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
진영R&S 권혁전 대표는 "정권이 바뀐 뒤에도 삼성이 대구에 약속한 투자를 제대로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이 신수종 사업으로 삼고 있는 핵심시설을 대구에 유치해야 진정 삼성과 대구가 윈윈하는 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력업체 한두 곳이 있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수백억원의 투자는 삼성에는 큰 의미가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15일 대통령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지역 국회의원은 "박 대통령이 삼성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면 대구 산업에 큰 발전이 기대된다고 했지만, 삼성 측에서는 코멘트가 일체 없었다. MOU 체결 세레모니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만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실체가 없다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대구의 한 경제인은 "대구오페라하우스도 삼성이 건물만 지어 시에 기부한 이후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했다. 삼성이 이번에도 건물만 지어놓고 마는 식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삼성의 장기적인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대구시의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은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기술력에 대한 갈증을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환경이 장기적으로 조성돼야 한다"며 "특히 삼성이 스마트폰 다음으로 주력하고 있는 의료기기, 바이오 사업, 사물인터넷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삼성과 대구의 협력 틀이 만들어진 만큼 이제는 삼성의 투자를 유도하는 대구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대구가 무엇을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운백 시 창조경제본부장은 "제일모직 터 창조경제단지 조성을 주도적으로 하는 삼성을 지원하기 위한 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이와 함께 역외 연구기관 등 싱크탱크를 구성해 창조경제단지 조성 이후 삼성과 대구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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