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쪽에 '차귀도'라는 아름다운 섬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422호인 차귀도는 해양 동식물과 육상 식물의 미기록종이 지금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쿠로시오 난류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필자는 30년 이상 소개령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까지 7가구가 살고 있었으나 소개령 이후 30년 동안 무인도로 있다가 2011년 개방되었다. 천혜의 환경으로 이미 낚시꾼들과 일몰을 담으려는 사진가들에게는 알려진 섬이다.
차귀도는 이런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2천 년 전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서불을 제주에 보냈고, 또 송나라 황제가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날 것이 우려돼 호종단(고종달, 호종달)을 보내 제주의 산혈과 수혈의 정기를 끊어놓고 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들은 여러 산신의 방해가 있었으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려고 할 때 한라산 산신이 매가 되어 나타나 돛대에 앉자 일진광풍이 불어 배가 침몰해 고산 앞바다에 수장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매바위(독수리바위)가 있는 이 섬의 이름이 '돌아가는 것을 차단했다'고 해서 '차귀도'라 불리워졌다고 한다.
전설이 몇 개 더 있다. 차귀당에서 뱀에게 제사를 지낸 것에 근거한 것으로 사귀(뱀신)가 차귀로 변해서 불린다고 한다. 섬 사이에 장군바위가 있는데, 설문대할망의 아들 오백장군의 막내가 내려와 바위가 되었다고도 전한다. 신기하게도 오백장군이 있는 영실기암에서 이곳이 내려다보인다.
차귀도는 두 개의 응회구와 분석구로 이루어졌다. 우도나 비양도처럼 화산폭발로 인해 생긴 화산섬이 아니라 여러 번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용암을 분출한 분화구의 중심점이 이 장군바위다. 서귀포의 외돌개와 섭지코지의 촛대바위도 같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것이다. 고산리 자구네 포구에서 2㎞ 정도 떨어져 있어 눈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자구네 포구에서 수월봉 쪽으로 해변을 따라 걸으면 엉알길이 나온다. 2011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엉알길을 포함해 수월봉 일대는 화산학의 살아있는 교과서라 불린다. 연중 맑은 제주의 바다와 마그마가 꿈틀거렸을 해괴한 형상의 기암절벽, 그리고 탁 트인 천연 그대로의 섬을 만나게 된다. 서쪽 끝에 위치해 조류가 세기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홍조류와 연산호들이 있고 대형어종들이 어슬렁거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참돔, 돌돔, 다금바리 같은 대형어종도 만날 수 있다.
아직은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스킨다이빙은 할 수 있다. 제주 전역이 워낙 물이 맑긴 하지만 차귀도 또한 스킨다이빙으로 물속의 비경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초보자라면 선착장 부근 얕은 바다에서 즐기면 되고, 실력 있는 스킨다이버라면 매바위 부근의 드라마틱한 장엄한 직벽과 대형어종들이 회유하는 모험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포인트를 잘 선정해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이곳은 조류가 매우 강한 지역이라 주의해야 한다.
차귀도 앞 자구네 포구에서 수월봉 쪽으로 해변으로 난 길을 가면 엉알이라는 해변이 있는데, 초보자들이 스킨다이빙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제주는 스쿠버다이버에 민감한 지역이 많은데,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고산이나 용수 지역은 해녀들이 많기로도 유명한데, 바다가 바로 그들의 생활 터전이다. 따라서 스쿠버다이버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차귀도에는 관광잠수함도 있고 선상체험 배낚시도 많다. 육상관광만으로도 빼어난 풍광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겠지만 그 거대한 푸르름 속으로 들어가 보면 '아~ 이곳이 바로 차귀도'라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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