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비·가족 생계 걱정에 하루도 쉴 수 없지요"
"새벽마다 리어카를 끌고나가면 힘들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요."
서복자(가명'79) 씨는 하루를 오전 2시부터 시작한다. 교통사고 이후 거의 쓸 수 없는 왼쪽 다리와 관절이 퉁퉁 부은 오른쪽 다리를 겨우 끌고 리어카에 종이상자와 옷가지 같은 고물을 주워담는다. 한참을 다니다 보면 아픈 다리와 서러운 처지 때문에 서 씨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픈 몸으로 파지를 줍고 다녀야 하는 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서 씨는 더 막막하다.
"손주 운동화라도 한 켤레 사주고, 남편 입에 반찬이라도 하나 넣어주려면 이걸 그만둘 수가 없어요. 계속 무리하면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데 당장 돈 한 푼이 아쉬운 처지라…."
◆자식 다섯 키워
서 씨는 젊은 시절부터 사람 좋기로 유명했다. 자신의 아이들 다섯도 모자라 갈 곳 없는 아이 하나까지 함께 돌봐줄 정도였다. 특별한 일자리가 없었던 남편은 건축현장에 일이 있을 때마다 일용직으로 돈을 벌어왔지만 많은 식구들이 먹고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서 씨는 젊을 때부터 가사도우미, 식당일, 청소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가며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젊었을 때라 건강 생각 안 하고 일했는데 그때 고생을 많이 해서 몸이 망가졌죠."
어렵게 생계를 꾸려갔지만 서 씨에게는 자식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다섯 아이들이 크면 고생도 끝나고 부모를 봉양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들이 장성한 후에도 부부의 어려운 생활은 계속됐다. 자식들의 인생은 하나같이 평탄하지 못했고, 본인들도 입에 풀칠을 겨우 할 정도로 힘들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자식들이 크면 좀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란 욕심이 있었죠. 그런데 오히려 내가 도와줘야 할 형편인 애들도 수두룩하니 부모 인생을 닮아 그런가 싶기도 하고…."
◆불편한 다리로 가족 돌봐
자식들이 자라고 난 뒤에도 서 씨는 섬유공장에 다니며 생계를 이어갔다. 남편은 일이 없는 날이 많았고 서 씨의 벌이도 썩 많지는 않았지만 부부가 먹고살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서 씨가 공장으로 출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서 씨의 왼쪽 다리는 12개의 철심을 박아 지탱해야 할 정도로 망가졌고, 2년 가까이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없는 살림에 수술비며 병원비며 다 써버렸죠. 그것도 문제지만 다리를 못 쓰게 돼버리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막막했죠."
서 씨는 퇴원을 하고 난 뒤 곧바로 리어카를 하나 구했다. 남편과 함께 고물과 파지를 주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면서 고물을 주워다 팔면 월세도 내고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은 서 씨에게는 계속해서 어려움이 닥쳤다.
막내아들은 이혼을 하면서 다섯 살 난 손자를 서 씨에게 맡겼고, 남편마저 중풍으로 쓰러져 거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섯 자식을 다 키우고 나면 내 인생도 좀 편해지겠지 했는데 다시 손자를 돌보고 남편까지 내가 없으면 안 되니 내 인생은 왜 이런가 싶었어요. 그래도 나 없으면 저 두 사람은 어쩌나 싶어 꾹 참고 매일 고물과 파지를 주워다 팔아요."
◆수술비'가족 걱정
남편이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서 씨는 홀로 리어카를 끌고 다녀야 했다. 그렇게 혼자서 고물을 모으러 다닌 게 벌써 10년이 다 됐다. 무거운 리어카를 끌면서 성치 않은 왼쪽 다리 대신 오른쪽 다리를 계속 쓰다 보니 최근에는 그마저도 탈이 났다. 무릎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관절이 망가져 버려 서 씨의 양쪽 다리는 수술과 부종으로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다.
병원에서는 오른쪽 다리마저 쓰지 못할 수 있다고 겁을 줬지만 서 씨는 매일 새벽이면 또 리어카를 끌고 고물을 주우러 나선다. 새벽부터 점심시간까지 모은 고물을 모두 팔면 5천원 남짓. 얼마 전에는 그 돈을 한푼 두푼 모아 손자에게 새 옷을 사줬다.
"이제 고등학생인데 친구들 앞에서 기죽지 말라고 10만원짜리 새 옷을 사줬어요. 우리 형편에 10만원이면 큰돈이지만 손자가 좋아하면서 그 옷만 입는 걸 보면 아픈 다리가 낫는 것 같아요."
서 씨의 오른쪽 다리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 씨는 수술을 엄두도 낼 수 없다. 수술 비용도 부담되는데다 서 씨가 입원해 버리면 손자와 남편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때문에 매일 새벽 문밖을 나서며 서 씨는 눈물을 훔친다.
"주변에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 다리로 어딜 나가느냐며 만류하지만 당장 고물이라도 주워 팔지 않으면 월세, 공과금, 반찬값은 어디서 나오겠어요. 이런 상황에 다리 수술을 생각하는 게 사치죠. 그저 손자가 다 클 때까지만 다리가 버텨줘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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