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산책] 자식 교육

입력 2014-08-27 08:00:00

얼마 전, 고향마을에서 터를 잡고 사는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OO가 거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읍내에 사는데, 걸핏하면 아무 집이나 들러 "밥 좀 달라!"고 한단다. 고향 사람들도 처음에는 밥을 주곤 했지만, 씻지를 않아 악취가 나서인지 모두 기피를 한다고 했다. OO가 누구던가. 우리 마을의 제일 부잣집 막내아들 아니던가. 우리가 선망해 마지않던 귀한 도련님이 비렁뱅이가 되어 문전걸식을 한다니, 참으로 덧없는 일이다.

OO는 우리보다 예닐곱 아래의 고향 후배이다. 그의 어머니는 마을의 '색시집' 색시로 왔다가 마을의 가장 부자였던 'OO 어른'의 눈에 띄어 첩이 되었다. 그의 아버지 OO 어른은 이미 본처와 사이에 장성한 아들과 딸이 있었다. 그럼에도 젊은 여자와 한 마을에 살림을 차려 OO를 낳았다. OO 어른 입장에서는 늙어 젊은 여자와 사이에 얻은 OO는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하디 귀한 존재였다. 그런 금지옥엽이 거지가 되고 말았단다.

혹자는 그의 근본이 미천해 그럴 것이라고 치부하겠지만, 그런 이유는 전혀 아니다. 어릴 때의 그 애는 누구 못지않게 똑똑했었다. 키우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지나친 보호로 자립심을 기를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의 늙은 아버지는 그에게 조금이라도 해코지를 하는 아이들은 직접 나서 응징하였다. 그 애는 울면 안 되는 게 없었다. 먹고 싶은 것도, 입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퍼질러 울면 다 해결되었다. 그런데 그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혼자뿐이었다. 요즘 부모들 아이 키우는 것을 보면 문득 그 아이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아이가 뭐 안다고 명품 옷을 사 입히지 않나, 몇백 만원을 호가하는 유모차를 끌지 않나,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폭행하지 않나, 승용차로 등하교를 시켜주지 않나? 귀하게 키운다고 귀하게 커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스스로 세상을 헤쳐 갈 줄 모르면 낙오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놈 매 한 대 더 때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식이 사랑스러울수록 엄한 훈육이 필요하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자식을 키우다 보면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기만 해도 애틋하고 애처로운 게 부모마음이다. 그래서 맹목적인 사랑으로 흐르기 쉬운 것이다. 그렇지만 냉철하게 이성을 찾아야 한다. 화초도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 죽는 수가 있다. 자식은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조건의 사랑은 독이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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