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8년 미국 버몬트주에선 철로공사가 한창이었다. 25세 청년 피니어스 게이지도 현장에 있었다. 공사를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는 순간 그가 들고 있던 1m짜리 쇠막대가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다. 5개월여 만에 그는 복직했다. 동료들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의 복직에 환호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그는 폭력적이고 충동적으로 변해 있었다. 동료들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그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됐다. 온순하고 유쾌하던 청년 게이지는 간 곳 없고 '더 이상 게이지가 아닌' 게이지가 있었다.
그를 초기에 치료했던 할로 박사는 이 이상한 사례를 기록으로 남겼다. 무엇이 온순하기만 하던 게이지를 괴물로 바꿨을까. 많은 의사와 뇌과학자들이 의문을 품었고 결국 전두엽이 가진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됐다.
전두엽은 기억력, 사고력 등을 관장한다. 고등 동물일수록 전두엽의 발달이 도드라진다. 전두엽 중에서도 머리의 이마 앞부분에 해당하는 전전두엽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조율하고, 선과 악을 구분 지으며,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한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지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생각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군대에 보낸 아들이 어느 날 폭력적으로 변해 돌아왔다면 전두엽 손상을 의심해볼 만하다.
전두엽은 아이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전두엽은 청소년기를 거쳐 25세쯤이나 돼야 완성된다. 청소년들이 생각하기에 앞서 행동하는 이유다.
구글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구글 사이언스 페어' 공모전에 시카고의 13살짜리 소녀, 트리샤 프라부가 올린 '사이버 왕따 퇴치 프로그램'이 화제다. 이 프로젝트는 친구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글을 아무 생각 없이 올리는 것이 청소년기 전전두엽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라는데 착안했다. 그래서 게시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이 소녀는 누군가를 왕따시키고 비하하는 글을 올리려 하면 '이 글로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는지 모른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란 메시지를 띄워봤다. 그러자 533 표본 중 93.4%가 포스팅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녀의 프로젝트는 현재 최종 결선에 올라 있다.
전두엽을 잘 지키고 다스리는 방법을 찾으면 밝은 세상을 앞당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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