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비만

입력 2014-08-25 08:00:00

80%는 성인 비만으로 연결…몸 많이 움직이게 하라

소아 비만은 성조숙증과 각종 성인형 질환의 원인이 되며 열등감과 대인기피증 등 심리적인 문제도 동반할 수 있다. 소아비만을 치료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소아 비만은 성조숙증과 각종 성인형 질환의 원인이 되며 열등감과 대인기피증 등 심리적인 문제도 동반할 수 있다. 소아비만을 치료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우리나라 청소년의 비만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2013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15.3%로 나타났다. 특히 15~18세 청소년의 비만율은 18%로 10명 중 2명이 뚱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병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고도비만 학생 비율도 2006년 0.8%에서 지난해 1.5%로 두 배나 증가했다. 어린이'청소년 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비만은 열등감이나 우울증 등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건전한 인간관계 형성을 방해한다. 성인병에 걸리거나 성조숙증으로 키가 크지 않기도 한다.

◆어린이'청소년 비만, 왜 늘어날까

어린이'청소년 비만은 환경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우선 아이들의 신체 활동량 자체가 부족하다. 마음껏 뛰어놀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놀이터가 많지 않고 도로는 위험하다. 집 주변에 공원도 부족하다. 온갖 편리한 전자제품들과 건물 엘리베이터도 몸을 움직일 여지를 앗아간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게임이 범람하면서 아이들의 생활습관이 바뀐 점도 문제다. 특히 방학 기간에는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늦게 잠자리에 들면 다음날 늦게 일어나게 되고, 아침식사를 거르기 마련이다.

비만을 부르는 식습관도 원인으로 꼽힌다. 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가 대표적. 햄버거와 핫도그 등 패스트푸드는 칼로리가 높은 반면 식사 시간은 짧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아이들이 접할 수 있고, 부모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무심코 마시는 청량음료도 살찌게 만든다. 청량음료에 포함된 당분은 기름진 음식보다도 비만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며 돌아다니거나 TV를 보며 밥을 먹는 습관, 한 번에 많은 양을 입에 넣고 국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나쁜 식습관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현상도 아이들의 비만을 부추긴다. 어른들이 없는 집에서 아이들은 양껏 군것질을 하며 뒹군다. 직장을 다니는 부모는 바쁜 시간을 핑계로 인스턴트 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음식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반찬보다 대체로 열량이 높다.

◆어릴 때 뚱보, 커서도 뚱보

보통 생후 6개월까지는 키에 비해 몸무게가 빨리 늘어난다. 첫 돌을 지나면 보통 체형이 되고, 6세까지는 키가 몸무게보다 빨리 큰다. 6세부터는 키보다 몸무게가 빨리 늘어나는 시기다. 이 시기가 일찍 올수록 비만이 되기 쉽다. 특히 4~11세 사이 시작되는 비만은 어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아 비만은 주로 성장도표의 신장별 표준체중을 이용한 표준체중법(비만도=(실제체중-신장별 표준체중)/신장별 표준체중×100)으로 가늠한다. 키에 따른 정상 체중보다 20% 이상 나가면 비만으로 본다. 30~50%는 증등도 비만, 50% 이상이면 고도 비만이다. 가령 신장 160㎝, 체중이 70㎏인 여자아이의 경우 신장별 표준체중은 52.5㎏이고 비만도는 33(%)으로 중등도 비만에 해당한다. 성별'연령별 체질량지수 백분위수를 이용해 판단하는 방법도 있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진행되기 쉽다. 어린이 때 시작돼 성인까지 이어진 비만은 지방세포의 크기와 함께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한다. 이 때문에 성인이 되어 힘겹게 체중을 줄이더라도 일시적으로 지방세포의 크기만 감소하고 지방세포의 수는 여전히 많아 비만 상태로 돌아가기 쉽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고혈압, 코골이, 지방간, 고뇨산혈증 등의 성인형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만으로 인해 성조숙증이 올 수도 있다. 체지방이 늘면 성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보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난다. 대신 성장 호르몬은 감소해 키가 크지 않게 된다. 뚱뚱한 체형으로 인한 열등감과 대인 기피증, 우울증, 부정적인 자기 신체상 등 심리적인 문제도 동반한다.

◆생활습관 바꾸는 게 핵심

소아 비만 치료는 성인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약물치료나 수술 치료가 힘들기 때문에 성장을 하면서 이상 체중에 근접하도록 해야 한다.

과체중인 어린이는 체중을 유지하면서 키가 커짐에 따라 이상체중에 도달하도록 한다. 중증 비만아의 경우 체중 조절 프로그램이나 단계별 체중 조절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상적인 체중 감량은 1주일에 500g 정도다. 그래야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대사장애도 일으키지 않으며, 배고픔을 많이 호소하지 않으면서 체지방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우선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운동은 체지방을 보존하고 체중 감량으로 인한 기초대사량의 감소를 줄인다. 어린 시절에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면 사춘기나 성인이 돼서도 운동을 많이 한다. 격렬한 운동보다는 걷거나 계단 오르기 등 일상생활에서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이 좋다.

TV 시청이나 게임 시간을 줄이고, 집안일을 거들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침밥도 꼭 챙겨 먹어야 한다. 아침밥은 오전 학교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점심을 과식하지 않도록 해준다. 음료수나 과자, 인스턴트 식품 등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뚱뚱한 어린이가 반드시 밥을 많이 먹는 건 아니다. 대부분 3끼 식사 이외의 간식 섭취가 많기 때문에 뚱뚱해지기 쉽다.

가능하면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성장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오전 1~3시에는 잠을 자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서영성 교수는 "비만치료의 핵심은 비만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라며 "자녀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살찌기 쉬운 생활습관과 식사습관을 바꾸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서영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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