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제임스 딘은 이유 없이 반항하는 분야에선 최고다. 제목부터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 1955)에 출연한 제임스 딘은 당대 청년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다.
제임스 딘이 활동하던 1950년대는 역사상 최초로 청소년 또는 청년 개념이 등장했고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은 문화적 갈등으로 표면화된다. 먼저 개봉된 '폭력 교실'(Blackboard Jungle)에서 청소년의 갈등은 특정 계층이나 인종이 경험하는 정신병적 현상으로 그려졌지만 '이유 없는 반항'에서는 통과의례로 그리고 있다. 다분히 기성세대 어법의 에필로그는 허접하지만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대들에 대한 통찰을 보여줬다.
1950년대 등장한 미지의 세대는 비트족에 의해 반항의 근거를 마련한다. 따지고 보면 비트족 예술가들에 의해 형상화된 작품들이 미지의 세대에게 반항의 이유를 부여한다. 비트세대는 1920년대 경제대공황기에 태어나 1950년대 청년기를 맞는 세대다. 이들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로스트 제너레이션에게서 문화적 수혜를 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며 기성 체제에 대한 환멸을 표면화한다. 기본적으로 시와 재즈, 동양의 선불교에 심취했다. 마크 채프먼이 존 레넌을 저격한 이유로 들먹였던 제롬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작품이 비트세대의 정서를 구체화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상은 지복(至福, beatitude)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는데 기성세대의 시각으로는 한심한 낙오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트세대의 관점은 다음 세대에 전달되어 히피라는 문화 사조를 낳는다. 히피세대도 개인적인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겼지만 집단적인 사고와 행동을 보임으로써 비트세대와 차이를 보였다. 이들은 물질주의로 만연한 기성 질서를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단적인 분노를 표현했다. 때마침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이들의 목소리는 반전으로 이어졌고 쿠바 핵미사일 기지 문제가 터지자 반핵의 메시지를 외쳤다.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려 했고 인간성을 압살하는 모든 가치에 맞섰다. 비트세대가 재즈에 열광했다면 히피세대는 록음악에 심취했다. 그리고 1969년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Woodstock Music and Art Fair)은 히피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집결시킨 가치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론되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비트세대와 히피세대의 정서를 승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히피 사상의 세례를 받은 인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장에서 거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혁신의 아이콘은 비트세대와 히피세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획일화를 거부하고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그들 가치의 기조로 삼았다.
한국에서 청년이 새로운 문화 집단을 형성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이들은 미군으로부터 흘러나온 록음악과 대학가에서 자생적으로 퍼지던 포크 음악에 심취하며 그들만의 시대를 기획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상황은 이들의 발현을 용인하지 않았다. 1980년대 노래운동은 불법의 멍에를 쓰고 지하에 숨어야 했고 들국화의 등장으로 발화된 언더그라운드도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 등장한 소비 중심의 문화 세대는 X세대, N세대로 진화하며 이전 시대와의 확실한 단절 의사를 보였지만 정체성은 명확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4년. 한국 청년 문화는 마치 박제가 된 듯 움직일 기미가 없다. 스펙 쌓기라는 이상한 말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실체도 없는 가치에 매몰된 앨리스를 따라 이상한 나라를 헤매고 있다. 반항하는데 이유가 없음을 잘생긴 제임스 딘이 이미 보여줬다. 반항과 저항은 폭력의 실체가 아니라 다양성을 담보하는 문화의 이름이다. 이유 찾지 말고 반항 좀 해 보자. 나는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 부터 들으련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