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체포 특권, 한국 정치 저질화의 주범

입력 2014-08-22 11:25:34

'입법권 장사'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국회의원들이 검찰의 강제구인을 피하기 위해 벌인 추태는 이들의 황폐한 정신 세계와 시정잡배만도 못한 윤리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문제는 이들 의원이 예외적이고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다른 국회의원들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국민의 시각이다.

이는 정치권 스스로 쌓은 죄업(罪業)이다. 국회의원들은 비리를 저지르고도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 법의 심판을 피하려 했고, 이들의 보호를 위해 동료 의원들은 '방탄 국회'를 쳐주는 눈물겨운 동업자 의식을 보여줬다. 그저께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직전에 8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누가 봐도 비리혐의의 소속 의원을 보호하려는 꼼수였다. 이에 대해 박영선 원내대표는 "1년 내내 상시국회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어리석은 백성쯤으로 아는, 소가 웃고 개가 하품을 할 소리다.

방탄 국회를 쳐주는 깊은 뜻은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자신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다. 이렇게 짜고 치는 사이 우리 정치의 저질화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에 이르게 됐다. 이런 상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 첫단추는 불체포 특권을 손질하는 일이다.

불체포 특권의 목적은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보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과거와 같은 정치적 탄압이 횡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도리어 불체포 특권은 비리 의원에 대한 법 집행을 무력화하는 장치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정치권은 불체포 특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의식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불체포 특권의 손질은 '셀프 개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이후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통과되는 것으로 관련 법에 못박는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