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C유 못바꾼다는 난방공사…시민 건강은?

입력 2014-08-22 10:37:34

대구시의회 "대기오염 유발" 설비 전환 요구에 "연한 남아 당장 곤란"

시의회 지역난방공사 방문해 LNG 전환 강력 요구

대구시의회가 한국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에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벙커C유 대신 LNG를 원료로 하는 발전 설비로 전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는 현 시설의 사용연한(향후 12년)을 이유로 시설 교체가 어렵다고 밝혀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21일 오후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대구시 관계자들이 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를 방문해 벙커C유 사용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LNG로 설비 전환을 촉구했다.

시의원들은 250만 인구의 대도시에서 벙커C유 사용은 시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역난방공사를 압박했다. 강신혁 시의원은 "대구시민 정서상 LNG 교체는 난방공사의 당연한 의무"라며 "개선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난방공사가 '나쁜 공기업'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에서는 저렴한 벙커C유를 발전연료로 이용하면서 LNG를 사용하는 다른 지역과 요금을 똑같이 받는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공기업은 이윤창출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데, 사용연료비의 차액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재훈 시의원은 "연료비 차액이 수익이 되는 구조는 공기업인 난방공사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행위"며 "난방공사는 연료비 차액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영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광식 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장은 "현재 시설의 사용연한이 아직 12년가량 남아 당장의 연료전환은 어렵다"며 시의회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시민들은 지역난방공사의 안이한 입장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가 위치한 성서산업단지 인근에 사는 구인화(34) 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벙커C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곳에서 산다는 게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환경단체들도 시민건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해동 대구환경운동연합 부의장(계명대 교수)은 "특히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가 가라앉기 때문에 오염된 공기를 시민들이 그대로 마실 수밖에 없다"며 "지역난방공사의 해결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구시 등 행정기관이 명확한 연료개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건설환경위원회와 대구시는 이날 방문을 시작으로 지역난방공사의 연료전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조재구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장은 "지역난방공사에 대한 매일신문 보도 이후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시민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지역난방공사를 방문했다. 지역난방공사가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시의회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부섭 환경녹지국장은 "연료 교체는 대구지사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본사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교체를 요구할 것"이라며 "지역 정치권과도 연계해 LNG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를 방문한 사람은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 조재구 위원장, 의원 4명(류규하 이귀화 강신혁 최재훈)과 김수경 전문위원, 대구시 김부섭 환경녹지국장, 김병곤 환경정책과장, 권태일 담당관, 김홍태 주무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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