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1야당이 선도하는 한국 정치의 타락, 그리고 저질화

입력 2014-08-21 11:30:20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준 무능, 무책임, 뻔뻔함은 타락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추한 몰골을 그대로 보여줬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과 관련해 유가족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곧이어 새정치연합은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직전에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그것이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명의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에 세 의원은 오늘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의회정치의 실종이요 책임정치의 타락이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에 발목이 잡힌 것은 자초한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원하는 바를 특별법에 반영하겠다는 뜻은 가상하나 너무 나갔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사법 체계를 흔드는 초법적 발상으로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주장을 고집한 이유는 세월호 유가족이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정당, 그것도 수권(受權)을 노리는 제1야당이 법률을 제정하면서 균형 있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이해당사자에게 그 내용을 허락받겠다는 것은 입법의 주체가 국회임을 망각한, 의회정치의 포기다.

그리고 순수하지도 않다. 세월호 참사 문제로 장외로 나간 것은 유가족과 슬픔을 같이하는 모습을 통해 세월호 문제를 대여 공격의 호재로 삼으려는 의도였음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때 써먹은 '세월호 심판론'이 잘 말해주는 바다. 그 결과 새정치연합은 세월호의 볼모가 돼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8월 임시국회 소집은 충분히 예상됐던 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대선에 앞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언했으니 혹시나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국회 일정상 연말까지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세 의원은 신병을 보전할 수 있다. 그 사이 증거인멸은 조용히 그리고 철저히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당연한 얘기는 웃음거리가 되고 정치는 타락과 저질화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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