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용서

입력 2014-08-20 07:34:54

우리의 삶은 그릇된 것들과 옳은 것들이 서로 대립하면서도 병행하고 공존하는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선과 악은 태초부터 있었고 선이 있기에 악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누구든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정도의 차이일 뿐 잘못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경에 예수께서 죄지은 여인을 두고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고 말씀하셨을 때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럼 죄만 있고 용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죄가 있다는 것은 용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잘못도 잘못 나름이고 죄도 죄 나름이다. 이것은 잘못의 정도에 따라 용서의 정도가 다르다는 얘기일 것이다.

용서라는 단어 본래의 뜻처럼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처벌하지 아니하고 덮어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약한 자는 절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고 용서는 강한 자의 특권이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용서에는 이해심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자기희생까지 감수하는 신념과 강한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말에 대한 실수부터 법적으로 처벌해야 할 문제까지 막상 피해자 입장이 되었을 때 원망과 분노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마음과 정신 훈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용서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관용보다는 법을 좋아한다. 결과는 서로에게 고통과 아픔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화내는 것을 참고 자제하는 마음과 용서하는 마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원망, 분노 등 인간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 감정은 정신적인 고통과 함께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진정한 용서는 힘든 것으로부터 해방시켜서 현재를 치유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용서의 참뜻을 통해 오히려 긍지와 자부심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용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긍정적 감정들은 연습하면 할수록 강력해져서 또 다른 문제 앞에서 되풀이하기도 그만큼 쉬워지고 희망이나 감사와 같은 다른 긍정적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내면에 본연의 정서로 깊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 이 책을 쓴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은 용서와 화해에 대해 대명사처럼 불린다. 인종차별 시절 흑인들의 인종차별과 관련해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그는 가해자 문제를 통해 용서의 참뜻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이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용서하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하다.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이나 용서를 받는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다.

안창표<화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