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내리고, 저녁은 매일매일 오늘이 너의 마지막이어도 좋은가 물으며 할 일을 재촉하지만, 눈은 쌓이고 세상은 속절없이 계속 치워야 하는 백색의 장애로 가득하다. 그래서 늘 문제는 제설차의 기동력 또는 비판 정신이다.(서동욱 등의 '싸우는 인문학' 중에서)
학교나 교육을 대상으로 끊임없는 담론들이 떠돌아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끝내는 그 담론이 혼돈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기준으로 하여 담론을 생산하니까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진리라고 떠듭니다. 하지만 교육을 대상으로 해 자신의 방법만이 유일한 진실 생산장치라고 말하는 이들은 사실 위험합니다. 그래서 소위 교육 전문가라고 하면서 이것만 이루어지면 모든 교육이 완성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교육의 '이것'은 없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함부로 이러한 주장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하나의 진실 생산장치는 되겠지요. 오히려 진정 중요한 것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현장, 학교가 지닌 경험 자체입니다. 매일매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생산되는 진실 그 자체입니다. 거기서 새롭게 드러나는 삶의 풍경입니다.
이런 질문을 해봤습니다.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도 평등한 조건으로 좋은 대학에 가게 하는 것이 목적인가? 그러면 그다음은? 좋은 대학을 나와서는?' 갑자기 답답했습니다. 내가 진리라고 믿고 살아왔던 사실, '경쟁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경쟁하느냐 하는 것이다. 최소한 경쟁의 조건은 동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다음에 나타나는 차이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능력의 차이이고 노력의 차이니까' 하는 명제. 그렇습니다. 내가 믿었던 진리조차도 일정 부분의 진실이었던 셈입니다. 항상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사회란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누군가가 말하더군요. 그것이 진실이라면 결국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은 서로를 쓸모 있게 만드는 관계망의 획득이 중요하겠지요. 좋은 나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소수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위한 사회적인 비용은 엄청납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다수가 된다면 정말 불행한 일이 생겨날 수도 있겠지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세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말입니다. 사실 암세포는 숙주가 사라지면 자신도 죽음을 맞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죽으면 암세포도 최후를 맞습니다. 암세포도 숙주가 건강해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숙주가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숙주를 괴롭힙니다. 알고 보면 정말 바보 같은 일이지요. 무한경쟁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세상에는 쓰러진 자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모두가 쓰러지면 쓰러뜨린 사람들도 쓰러진다는 진리를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가 존속하는 것은 사회라는 유기체에서 각각의 세포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쓰러진 사람들도 지금 자신의 역할을 잠시 잃어버렸을 뿐입니다. 힘든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쓰러진 자, 그러나 일어서면서 질문하는 자, 일어서기 위해 질문하는 자들을 위해 살아가고 싶습니다. 쓰러진 사람들에게 내밀 하나의 손을 늘 준비하고 일어서기 위한 질문들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질문은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교육을 담당한 사람에게 하늘이 부여한 의무입니다. 존재는 언제나 '주어져 있음이 아니라 될 수 있음'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나는 바로 그 질문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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