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은 곳으로…" 한국사회 향해 쉼 없는 메시지

입력 2014-08-18 11:01:15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참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인사하고 있다.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참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인사하고 있다.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100시간. 4박 5일. '가난한 이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동안 물질숭상, 무한경쟁, 생명경시, 대결주의 등이 만연한 한국사회를 향해 쉼 없이 메시지를 던졌다. 그만큼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도 늘어났다. 지금 당장 해결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사회의 지속성과 견고성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는 무거운 주제들이 대부분이었다. 환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을 가는 곳마다 전하며 우리를 열광케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사회에 던져준 메시지를 되돌아 본다.

◆"같은 언어 사용…분단극복 희망 보인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의 결과다.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 우리 모두 평화 건설에 헌신하며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평화를 이루려는 결의를 다지게 되기를 바란다.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한다.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다."=14일 청와대 연설.

▷"한가족이 둘로 나뉜 건 큰 고통이다. 그러나 한국은 하나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희망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형제라는 것이다. 북한의 형제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도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같은 가족은 같은 말을 쓴다. 거기에 희망이 있다. 한반도에도 언젠가 평화가 찾아와 두 형제자매는 하나로 뭉칠 것이다. 한형제, 한가족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15일 아시아청년대회 참가자들에게 행한 즉석연설.

▷"죄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18일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사회구성원 간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라"

▷"한국도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평등, 자연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 줘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 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14일 청와대 연설.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모님께서, 우리 중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특별히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 존엄한 인간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을 자비로이 굽어보시도록 간청한다."=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삼종기도.

◆"가족·형제·이웃 위해 일하고 기도하라"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이 얼마나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느냐.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삶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물질과 권력, 쾌락 숭배의 징후들을 우리는 본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 하느님의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정신적인 사막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희망을 앗아가고, 많은 경우에 삶 그 자체를 앗아가기도 한다."=15일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

▷"여러분의 가족을, 형제를, 이웃을 사랑하라. 이 세상을 보면 일과 권력,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지친 사람, 가난한 사람, 남을 위해 일하고 기도해야 한다."=15일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자들에게 행한 즉흥연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17일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아픔·고통 어루만지는 사목자가 돼라"

▷"한국 교회는 그 순수함에 거울을 보듯이 자신을 비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추구해야 한다. 물질적인 번영 속에서도 어떤 다른 것, 어떤 더 큰 것, 어떤 진정하고 충만한 것을 찾고 있는 세상에 이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 노인들의 기억과 지혜와 경험, 그리고 젊은이들의 열망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희망의 지킴이가 될 수 있겠느냐"=14일 한국 주교단과 만나 행한 연설.

▷"사제이기에 앞서 사목자가 돼 달라. 보통의 사목자가 아니라 낮은 곳에서 아픔과 고통을 어루만지는 사목자가 돼 달라." =15일 저녁 예수회 재단의 서강대를 방문해서.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 청빈은 봉헌 생활(수도생활)을 지켜 주는 방벽이자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어머니다. 순전히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매우 겸손하게 하며, 자신만을 위하여 봉헌 생활을 간직하지 말고 사랑받는 이 나라 곳곳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가 봉헌 생활을 나누라."=16일 꽃동네에서 한국 수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주님'을 모셔다 드리는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한국 교회는 모범적인 애덕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는 삶으로 신앙을 증언했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모든 사람이 저마다 품위 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자기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꽃동네 '사랑의 영성원'에서 가진 한국 평신도들과의 만남 행사에서.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17일 아시아주교단 50여 명과 한국 주교단 19명을 만나 행한 연설.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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