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멘토] <7> 이정백 상주시장 -영원한 동지 황민영

입력 2014-08-18 07:45:02

"농천하지대본" 이심전심

이정백 상주시장과 멘토 황민영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상임대표가 1일 상주시장실에서 인터뷰 후 다정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백 상주시장과 멘토 황민영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상임대표가 1일 상주시장실에서 인터뷰 후 다정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백(64) 상주시장은 4년 만에 시청에 재입성했다. 부인 김인호(64'전 한국여성농업인 중앙연합회장) 씨와 함께 상주와 경북은 물론 전국을 대표하는 농업계 인사이기도 하다.

한국농업경영인 경북도연합회장과 중앙회 의장 등을 거친 전문 농업경영인인 이 시장은 1994년 상주 축협조합장을 시작으로 20년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조합장 3선, 경북도의원 3선, 상주시장 재선 등 20년 동안 선거를 치르면서 8번 이기고 2번 졌다.

특히 2006년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상주시장에 당선됐지만 4년 뒤인 2010년에는 한나라당 공천에다 현직 시장 프리미엄까지 있었는데도 야당인 성백영 전 시장에게 300여 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후 4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박탈당한 성 전 시장과의 리턴매치에서 5%(3천여 표) 득표율 차이로 다시 시장에 당선됐다.

이 시장은 "농업단체 대표로, 정치행정가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더라"고 했다. 특히 그는 초선 시장 때의 시정 방식을 뼈저리게 반성했다. 부족한 테크닉에다 밀어붙이기식 뚝심 행정이 많은 것을 잃었다고 평가한다. 이 시장은 시장 선거에 떨어진 뒤 혼자가 돼 고향에 박혀 오이 농사를 지으며 지금까지 걸어온 굴곡진 인생을 수없이 생각하고 반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그는 첫째도 둘째도 화합이자 열린 시정이라고 했다.

◆"우린 영원한 동지야"

이 시장의 우여곡절 인생에는 항상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멘토가 있었다. 바로 황민영(71)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상임대표다. 이 시장은 답답한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황 대표에게 전화를 하고, 직접 찾아가 상의한다고 했다. 1일 상주시청 시장실. 이 시장과 황 대표가 만났다. 황 대표는 말끔한 정장 차림의 세련된 노신사였다. 그는 시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동지, 오랜만이야. 다시 한 번 재선을 축하하네"라며 이 시장과 뜨겁게 포옹했다.

황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 시장이 나를 멘토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부르면 너무 거창하잖아. 우린 항상 같은 길을 가는 영원한 동지이자 끈끈한 선후배 사이야"라고 운을 뗐다.

황 대표는 고려대 농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농어민신문 사장을 지냈다. 또 한국협동조합연구소를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1998년 국민의 정부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 참여정부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업전문가인 그는 광복 50주년을 맞아 당시 한국농업에 가장 영향을 미친 50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참여정부 농어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 식생활교육범국민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해 퇴임 후 식생활교육기본법안 입법에서 시행까지를 관철시키는 등 평생을 뼛속 깊이 농업과 농민을 위해 헌신해 왔다.

"1988년 한국농어민신문 창간 준비를 이 시장과 같이 했지. 그게 우리 인연의 시작이야. 농어민신문은 오늘의 한농연과 농업인후계자협의회를 태동시켰어. 이후 이 시장은 한농연 상주 회장과 경북회장도 하고, 중앙회 의장까지 했지. 이 나라 농업의 중추적 주체라고 볼 수 있는 농업경영인들이 직접 농어민신문의 주주이자 독자가 되고 경영자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시장에게 제의한 것이 바로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지. 당시 우린 농업 발전에 미쳐 있었지."

"맞습니다. 형님하고 저의 인연이 벌써 30년이 다 돼 가네요. 아마 당시 한농연 상주회장을 할 때였죠. 당시 형님은 전국에 있는 농어민후계자들을 결집시켜 지도자로 키워야 한다는 집념을 갖고 계셨는데, 그때 형님 눈에 내가 적임자로 낙점된 것 같아요."

"정확히 기억하고 있네. 1989년 한농연 전국 시군회장 교육 때 시 대표 1명과 군 대표 1명이 사례 발표를 했는데, 군 대표가 바로 이 시장이었지. 열정에 불타는 진정한 농부라고 할까. 이정백이가 바로 내가 찾는 농업지도자 재목이라고 아예 머릿속에 심어 버렸지."

황 대표는 전국에 똑똑한 농업경영인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이 시장이 농업인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하고 미래 비전까지 제시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농업지도자도 정계 진출해야

황 대표는 기자에게 이 시장의 관상도 예사롭지 않다고 귀띔했다. "우직한 소 같은 관상이지. 지금도 소를 키우잖아. 우직한 소처럼 뚝심이 있고, 남을 속이지 않는 관상, 자기 생각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관상에서부터 그의 진실한 모습을 봤던 게지. 지나치게 우직한 것이 넘쳐 손해를 볼 정도였으니까 말이지."

황 대표의 이 시장에 대한 관상론은 필연적으로 농업지도자도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귀결된다. 농촌지도자는 무엇보다 농사를 잘 지어야 하지만 이와 함께 협동조합,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 등지에 진출, 더 큰 농업 발전의 뜻을 이뤄야 한다는 지론이다.

"농협의 조합원이 되고, 대의원이 되고, 이사가 되고, 조합장이 되고 그 조합장은 지방자치단체나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여긴 겁니다. 특히 농업도시 상주의 경우, 농업을 잘 아는 농업인이 시장이 돼야 하고, 기초의회에도 진출해야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시장이 롤 모델이 된 셈입니다."

이 시장이 정계에 진출, 재선의 시장에 오른 것도 황 대표의 적극적인 멘토링 덕분에 가능했던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장 역시 황 대표의 힘과 전략, 경험까지를 30년 가까이 빌려 쓰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1989년 당시 협동조합이 뭔지도 몰랐죠. 농사만 지어온 농부에게 협동조합은 당시 무척이나 생소했습니다. 그때 수원에서 농업인 아카데미가 열렸는데, 형님은 농업인들이 못사는 것은 협동조합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수없이 강연했습니다. 향후 농촌이 농업경영인들을 육성해야 하고, 협동조합은 물론 의회, 자치단체장에도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농어민신문을 만들면서 형님께 농업지도자의 역할에 대해 오랫동안 과외를 받았습니다. 내가 축협조합장이 된 계기가 형님 때문이었죠. 형님을 만나고 5년 뒤에 조합장이 됐습니다."

이 시장은 1994년부터 12년 동안 축협조합장을 할 때도 항상 황 대표의 경험을 빌렸었다. 황 대표가 20년 이 시장의 선거 인생 굴곡에 함께 하며 때론 위로를 때론 질책과 힘, 전략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다시 초심으로- '화합과 열린 시정'

"형님은 그냥 멘토가 아니고 저의 인생을 살아가는 좌표입니다. 형님과 인연을 맺은 농업경영인 중 시장군수가 6명, 기초의원이 220명, 협동조합장이 260명이나 됩니다. 이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96년 늦은 불혹의 나이에 상주대학교를 졸업한 것도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책이 없으면 신문이라도 손에 쥐고 있으라는 형님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어느덧 30년을 향해 달려간다. 이 시장 아들의 결혼 주례도 황 대표가 맡을 만큼 이제 두 집안은 한가족이 됐다. 황 대표와 이 시장 부인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이 시장 못지않게 부인도 훌륭해. 한농연 여성회장을 두 번이나 했을 만큼 이 시장처럼 농업에 빠져 살지. 부창부수라 했던가. 부부가 훌륭한 농업지도자인 게지. 이 시장에게 다소 부족한 인자함이라던가 넉넉함, 섬세함으로 이 시장을 잘 내조하고 있지. 만약 이 시장 같은 사람이 농협중앙회장을 맡아도 너무 잘할 거라고 생각해."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한나절이 끝나도 모자랄 판이었다. 이 시장의 일정 때문에 만남의 자리를 파해야 할 상황, 황 대표는 이 시장의 손을 꼭 잡았다.

"난 17살 때 소설 상록수를 읽고 뛰었던 가슴이 지금도 뛰고 있어.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화합과 열린 시정을 펼치길 바라네. 지금까지 한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상주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시민과의 신뢰도 더욱 돈독히 하여야 해. 그리고 농민이 대우받는 세상을 위해선 이 시장 같은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자긍심도 가지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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