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국 흥망의 '키' 바다에 '답' 있었네…『세계를 뒤흔든 바다의 역사』

입력 2014-08-16 07:52:23

세계를 뒤흔든 바다의 역사/ 서양원 편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지중해를 주름잡았던 로마,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을 건설한 영국, 20세기 초 쓰시마 해전의 승리로 아시아에서 패권을 차지한 일본,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기반으로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 등은 '해양력이 국가와 역사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6'25전쟁 직후까지만 해도 바다에 무지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다. 그러나 바다를 통한 무역 확대와 수출 주도형 산업 정책으로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자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 책 '바다의 역사'는 바다를 통해 인류의 발전, 역사 흐름의 변화, 국가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바다를 지배했던 국가는 번성했고, 바다 패권 경쟁에서 밀려난 국가는 쇠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로마는 포에니 해전의 승리로 패권 국가가 되었고, 콜럼버스는 항해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영국은 스페인 무적함대와 네덜란드 함대를 격파하고 최강의 해양국으로 부상했다. 이에 반해 상선 위주의 해양력을 유지하고 있던 네덜란드는 영국에 패한 뒤 해양 강국으로서 지위를 잃었다. 그런가 하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은 미국 해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선제공격을 감행했고 일정 기간 동안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이후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 해군에 참패함으로써 태평양 제해권을 잃고 패망의 길로 치달았다.

바다는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고 철선이 등장하면서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로 진출했다. 이로써 아프리카 대륙은 순식간에 서구 열강의 식민지 또는 보호국이 되어갔다.

1781년 9월 5일 벌어진 체서피크 해전은 미국 독립전쟁의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투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고의 해양 강국으로 인정받던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미국에 해양 패권을 넘겨주면서 최강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한편 실업과 파운드 절하, 민족적인 쇠퇴 등으로 복잡한 국내 문제에 직면해 있던 영국은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해전에서 승리함으로써 그 옛날 영광스러웠던 해양 국가의 위상을 재현했고, 세계 속에 영국의 위상을 제고시켰다. 포클랜드 해전 승리는 영국 국내의 시끄럽고 우울한 문제를 덮어버리는 역할을 했으며, 영국 재건의 발판이 되었다.

책은 해전의 역사뿐만 아니라 선박의 기원, 노선시대 바다에서 벌어진 사건, 지중해를 장악하기 위해 벌인 패권 경쟁, 대항해 시대의 해양 활동, 범선시대의 식민지 확보 경쟁, 철선시대에 바다에서 벌어진 사건들, 세계 각국의 현대 해양력 경쟁 양상, 한국의 해양 이용 역사 등 바다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은이는 '우세한 해양력을 가진 나라가 해양 패권 경쟁에서 언제나 승리했고, 그 결과로 쟁취한 해양 이용의 자유는 그 국가를 한층 더 부강하게 만들고 나아가 전 세계를 제패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로마와 카르타고, 스페인과 영국, 제1'2차 세계대전에서의 미국'영국 연합과 독일'일본 동맹, 그리고 전후 미국과 소련 등 세계사의 대표적인 패권 경쟁은 각 나라가 해양 경영을 국가 경영의 주요 이슈로 생각하고 있으며,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주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바다는 육지와 육지를 가로막는 장애물인 동시에, 대륙과 대륙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해양 약자에게 바다는 장애물인 동시에 허약한 방어막일 수 있으나 해양 강자에게 바다는 군대를 진격시키고, 물자를 빼앗거나 빠르게 유통시키는 고속도로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지은이 서양원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40년 동안 소해함, 유도탄고속함, 호위함 함장과 해군본부전략기획처장, 조함단 구축함사업처장, 제2함대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 교육사령관, 해군참모차장 등 주로 해상작전과 해군 전력 설계'획득 업무를 수행했다. 2008년 해군 중장으로 전역한 뒤 충남대학교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객원교수, 국방기술품질원 자문위원, 한국 해양전략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403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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