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이라는 이름이 대구에서 논란이 된 것은 2009년 대구시가 달서구 성당동 두류공원 안에 297억 원을 들여 그와 '관련'한 미술관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1970년대 중'후반 이 씨가 대구에서 열린 현대미술제에 출품했고, 오랫동안 대구 작가와 교류했다는 인연을 내세웠다. 대구문화예술계의 찬반은 엇갈렸다. '297억 원을 들여 개인 미술관을 짓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주장과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시 작품비 100억 원과 11억 원의 연간 운영비(대구시 추정), 시유지 23억 원(공시지가 추정)은 297억 원에 포함돼 있지 않다.
반대도 적지 않았지만 대구시는 예정대로 추진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앞서 언급한 '관련' 때문이다. 이우환 씨는 대구시와 언론에서 이우환 미술관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씨는 지난 4월 한 인터뷰에서, 작정한 것처럼 대구시와 비슷한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부산과 광주를 매도했다. 그는 "한국에 내 이름만으로 된 미술관을 허락한 바 없다. 부산시, 대구시 등과 언론이 이우환 미술관 짓는다고 퍼뜨리고 다닌다. 시장이 통사정해 허락한 대구 미술관은 정식 이름이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다. 자꾸 시 쪽에서 이우환 개인미술관처럼 이야기한다. 하도 기분 나빠서 내 이름을 빼버리려니 많은 동료 작가들이 안 하겠다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두고 보는 중이다"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론이 나빠진 가운데, 신임 권영진 대구시장이 '건립 재검토'를 언급해 다시 논란이 됐다. 대구시는 '건립 가부가 아니라 방향성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급기야 취임 이후 대구시내 곳곳에서 현장 행정을 벌이던 권 시장은 지난 10일 이우환 씨만을 만나려고 당일치기로 일본 도쿄를 다녀왔다. 권 시장은 이 씨가 미술관 건립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9월 중 대구를 방문해 추진 과정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 방침은 이우환 '관련'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5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았고, 실시설계가 마무리 단계여서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건립 추진 과정에서 시가 구걸하다시피한 것이 드러나면서 대구 문화예술계와 대구시민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 씨가 다음 달에 와서 어떤 설명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보다 먼저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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