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파파' 프란치스코

입력 2014-08-14 11:21:34

교황 제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어온 제도다. 초대 로마 주교인 베드로에서 프란치스코까지 거의 2천 년 동안 266명의 교황이 세워졌다. 교황은 교회 최고 권위를 가진 영적 지도자이자 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다.

교황의 공식 명칭과 신분은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하다. '교황청 연보'에 교황은 로마의 주교이며 그리스도의 대리자다.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후계자, 전체 교회의 최고 주교, 로마 관구장 대주교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호칭은 '파파'(Papa), '포프'(Pope)다. 파파는 그리스어 '파파스'가 어원이다. 아이가 아버지를 부르는 애칭인데 라틴어에서는 사제와 주교를 부르는 존칭으로 쓰이다가 그레고리오 7세(1073~1085년) 때부터 오직 교황만을 일컫는 호칭이 됐다. 수사로는 처음 교황좌에 오른 그레고리오 1세(590~604년)는 '하느님의 종들 중의 종'이라는 명칭을 즐겨 썼다. 그는 빈민 구제에 힘써 '가난한 이들의 수호자'로 불렸다.

교황방한준비위원장인 강우일 주교가 그저께 "권위주의적인 '교황' 명칭 대신 교회의 으뜸 사제의 의미인 '교종'(敎宗)으로 부르는 게 더 적합하다"며 명칭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이라는 용어는 1614년 이수광이 '지봉유설'에 "교화황(敎化皇)은 세습하지 않으며 현자를 가려 세운다"며 '천주실의'를 인용한 데서 비롯됐다. 교화황은 '백성을 하느님께로 이끌어 감화시키는 자'라는 뜻이다. 이후 교화황과 교황이 혼용돼오다 1920년대에 교황이 일반용어로 자리 잡았고 2000년 한국 천주교의 공식 명칭인 교황으로 통일됐다.

교황은 출신지와 상관없이 그리스식 이름이 많다. 학자들은 예수가 시몬을 '반석'이라는 뜻의 그리스식 이름인 베드로로 부른 것과 관련 있다고 본다. 1958년 요한 23세는 '요한'이라는 이름을 택하면서 "교황 역사에서 가장 많이 채택한 이름이지만 대개 재위 기간이 짧았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는 관례를 깨고 두 개의 교황명을 택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은 교황 역사상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미주대륙의 첫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방한했다. 겸손과 청빈의 아이콘이자 그냥 로마의 주교로 불리기를 원하는 '가난한 이의 친구' 파파 프란치스코가 전 세계 교회와 지구촌을 환히 비추는 등불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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