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과 우리의 과제

입력 2014-08-14 11:24:30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4박 5일 방한 여정을 시작했다. 1784년 이승훈이 세례를 받은 지 230년 만이자, 1831년 조선교구가 북경에서 독립된 지 183년 만에 교황의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천주교를 받아들인 교회사를 지닌 한국 가톨릭의 경사를 뛰어넘어 위기와 갈등, 대립과 분열을 겪는 분단국가 한국사회에 특별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바티칸을 떠나기 6시간 전 당신의 트위터 계정에 한글로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는 교황의 당부는 '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향하는 사목 목표,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목자로서의 항해 그리고 그 항해의 성공을 위해 보여주는 모든 행동에 함께할 것을 공식 요청하는 것이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낮은 자세로 보여준 것은 겸손과 평화 그리고 사랑의 실천이다. 그건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무려 1천㎞를 날아 순교자들의 후예가 사는 한국에서 김윤덕 아가다 막달레나, 김시우 알렉시오 등 대구대교구 순교자 20위, 안동교구 순교자 1위를 포함한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16일 광화문)을 가질 때나, 아시아청년대회 참가자들과 만날 때(15일 솔뫼성지)나, 아르헨티나 꽃동네 분원을 설립해놓은 음성 꽃동네를 방문(16일)할 때나 한결같다.

공식 미사에 세월호 유가족과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과 장애인을 초청하고, 성모승천대축일(15일) 미사가 끝나면 제의실에서 세월호 유가족 및 단원고 생존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현 정치권처럼 서로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네 탓' 공방을 그치고 그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아픔을 나눌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이다.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맨 앞줄에 모시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과 요구에 귀기울이고,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가 절실하며, 전쟁이 두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교황의 방문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에 사는 우리들은 모든 이를 아우르는 파파 프란치스코처럼 겸손하지만 당당하고, 나와 다르지만 남을 차별하지 않고, 평화를 추구하지만 비리나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삶의 자세를 다잡아야 한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생각하며 행동하고, 행동하면서 남을 배려하고, 배려하면서 평온을 유지하는 새로운 가치관 정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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