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읽어주는 남자] 아소토 유니온 - 1집 사운드 리노베이츠 어 스트럭쳐

입력 2014-08-14 07:02:29

건축에 빗대어 청춘과 사랑의 추억을 풀어내 인기를 얻은 영화가 있다. 이 영화 이후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한 '수지'가 출연한 건축학개론(2012)이다.

대중음악에는 그런 비유를 한 작품이 혹시 없을까. 있다. 지금은 해체한 4인조 흑인음악 밴드 '아소토 유니온'이 2003년에 발표했고, 타이틀곡 '씽크 어바웃 츄'(Think About'Chu)로 유명한 '사운드 리노베이츠 어 스트럭쳐'(Sound Renovates a Structure) 앨범이다. 우리말로 '소리를 다시 짓다'라는 의미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극 중 과거의 추억을 불러와 현재의 집을 짓는다면, 이 앨범은 1970년대 미국에서 성행했던 소울과 펑크를 가져와 현재의 소리를 짓는다.

이 앨범은 단순한 구성의 소리들로 지어져 있다. 드러머 겸 보컬 김반장, 베이시스트 김문희, 기타리스트 윤갑열, 키보디스트 임지훈 등 4명의 멤버가 더빙(연주를 녹음한 다음에 연주를 덧씌우는 것. 기술적으로 악기를 동시에 연주할 수 없을 때 또는 곡에 풍성한 느낌을 주기 위해 활용한다)이나 부가적인 음향 효과는 최대한 자제했다. 흔한 속주(빠른 연주)도 없고, 중후반부쯤 억지로 클라이맥스를 넣는 수법도 쓰지 않았다. 건축으로 치면 기본 벽면과 기둥만 있는 셈이다. 이때 다른 인테리어는 듣는 이의 몫이 된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과거 소울과 팡크의 기본 골조만 충실하게 가져와 현재의 소리로 건축했고, 이후 미래의 주거 스타일 향유는 입주자(듣는 이)의 몫으로 남겼다. 이때 음악은 청자가 일방적으로 소비하고 마는 제품이 아니라, 듣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생활하는' 공간이 된다.

집 안에 이것저것 인테리어를 꾸미다 보면 저절로 애착을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 앨범은 당시 대중들에게 흑인음악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 이후 우리 가요계에 나타난 현상을 살펴보면 그렇다. 2000년대 초반 아소토 유니온을 시작으로 어바노, 브라운아이드소울 등 복고적인 흑인음악을 하는 젊은 뮤지션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중으로부터 점차 작지만 강렬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아소토 유니온의 1집은 당시 언더그라운드 앨범으로는 꿈의 판매량인 1만 장 이상이 팔렸다.

시간이 흘러 나타난 주목할 만한 현상 하나. 나는 가수다(MBC)와 불후의 명곡(KBS2) 등 TV 음악경연 프로그램에 나오는 곡들 중 한두 곡은 꼭 흑인음악 스타일로 편곡됐다.

슈퍼스타K(엠넷)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흑인음악을 하는 참가자가 매번 여럿 등장했다. 이미 흑인음악이 가요에 스며들어 대중에게 친숙해졌다는 증거다.

대중음악은 널리 보급된다. 마치 아파트처럼. 요즘 가요계 속 흑인음악의 저변을 살펴보면 이 앨범은 흑인음악이라는 취향 기반을 대중에 널리 분양한 모델하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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