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애써 키운 아들, 이웃보다 못해

입력 2014-08-14 07:13:04

◇고민=저의 시댁은 가난하여 늘 어렵게 살았습니다. 시댁 사정이 이러하자 우리를 가장 홀대하는 것은 바로 가장 가까운 친인척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우리 애들만큼은 이런 차별대우를 받게 할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악착같이 돈을 벌어 아이들 교육에 쏟아부었고 지독하게 공부시킨 끝에 아들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시험에 합격한 후 보란 듯이 명문가의 딸과 결혼했지요. 아들이 집안을 업그레이드시킨 것 같아 저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결혼 후 생활비는커녕 얼굴 보기조차 어려웠고 우리를 귀찮은 손님 대하듯 했습니다. 남보다 못한 거지요. 아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건강도, 돈도 몽땅 쏟아부었는데 성공한 아들은 우리 부부를 남 보듯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귀하는 시댁의 초라한 환경으로 인해 타인의 홀대나 무시를 당한 경험에서 벗어나려고 힘들게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대단한 것은 그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 공부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게 뒷바라지를 잘해 성공시켰습니다. 아마 귀하께서도 아이들을 성공시켜 놓으면 보답해 줄 날이 있을 거란 믿음으로 살아온 여느 부모들처럼 그렇게 견뎌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자녀가 사회적 성공과 함께 결혼 후엔, 자기 가족들 챙기기에 바빠 부모의 노고에 대한 감사는커녕 기억조차 못 하는 태도를 보여 서운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아들은 남들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 집안을 부흥시키는 데 일조는 했지만, 자주 왕래하지 않고 부모를 손님처럼 대하는 모습만 보이니 어머니 심정이 어떠하셨을까요.

그러나 지금 가장 심각한 것은, 아들의 변심은 부모가 이해하고 물러나면 그만이겠지만, 현재 부모는 건강도, 경제력도 상실해 아들의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데도 아무런 지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귀하는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아이의 따스한 가슴이 차가워지는 것을 막지 못했네요.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해 줄줄 아는 따뜻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으며 소중한 존재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위인전이나 동화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어려움이나 좌절에 대해, 또는 그들의 위대함과 희망에 대해 밤새워 얘기해 주면서도 부모에 대하여 알아야 할 위대한 헌신과 사랑에 대해 고백하는 것에는 많이 소홀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아드님께서는 비록 바쁘고 일이 많아 아직은 부모의 안타까운 처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 부모에 대한 사랑만큼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들에게 지금 고백하세요. "이제는 삶의 고단함에서 지쳐가고 있고 아들의 관심 어린 사랑과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아들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장성한 아들 눈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아직은 여전히 든든한 강자로 보이기에 사랑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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