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전기료 겁나 틀지도 못해" 이름 뿐인 '무더위 쉼터'

입력 2014-08-14 07:21:08

경로당 등 993곳 운영 30만원 넘는 전기료 지원금은 5만원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도시철도 1호선 성당못 역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도시철도 1호선 성당못 역 '무더위 쉼터'에서 시민 10여 명이 선풍기 2대 앞에 앉아 부채를 부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홍준표 기자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무더위 쉼터'가 되레 '무더운 공간'이 되고 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이달부터 경로당 등 노인시설과 주민센터, 면사무소 등 993곳에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는 이곳에 에어컨 1천777대, 선풍기 2천418대가 설치돼 있어 4만 명의 시민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도 59개 역사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무더위 쉼터는 지정만 됐을 뿐 지방자치단체 등의 별도 지원이 없어 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6.2℃에 이른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남구청이 '무더위 쉼터'로 지정한 한 경로당엔 할머니 14명이 차가운 물을 담은 1.5ℓ 페트병을 벤 채 누워 연방 부채를 부치고 있었다. 에어컨이 있었으나 할머니들은 전기요금 걱정에 틀지 못한다고 했다.

이곳 경로당 회장(80)은 "에어컨을 켜면 전기요금만 한 달에 30만원이 넘게 나와 평소엔 틀지 못하고 요가나 기체조 수업이 있을 때만 잠깐 사용한다"며 "올여름 겨우 3차례 에어컨 바람을 쐬었다"고 했다.

대구의 경로당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매달 40만원가량의 운영비로 버티는데, 지난해부터 시는 여기에 7, 8월 두 달에 걸쳐 5만원씩, 모두 10만원의 냉방비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시와는 별도로 여름 2, 3개월 동안 한 달에 5만원씩의 냉방비를 보태주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로 지정됐다고 해서 지원금을 더 주지는 않는다. 일부 지자체는 경로당 수가 많다는 이유로 혹서기 지원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은 운영비 외에 여름 한두 달에 걸쳐 받는 10만원 안팎의 지원금으로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도 이름뿐이다. 59개 역사에 무더위 쉼터가 있어 700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지만 냉방기는 선풍기 100여 대뿐이다. 선풍기 1대만 설치된 역사도 12곳에 이른다.

애초 도시철도공사 측은 2천500여만원을 들여 각 역사 대합실에 테이블과 의자, 선풍기, 냉수기, 파라솔, 읽을거리를 비치해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며 휴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자 칸막이도 설치하겠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1호선 상인역의 경우 12좌석을 설치하려 했으나 6좌석만 마련됐다. 선풍기 1대가 고작인데다 읽을거리, 파라솔, 칸막이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선풍기 운용 대수는 역장이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며 "쉼터가 개방형 공간이다 보니 간행물은 비치해 두면 분실이 잦다"고 했다.

[알려왔습니다]

'이름뿐인 무더위 쉼터' 기사의 '대구의 경로당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40만원가량의 운영비로 버티는데' 부분과 관련해 수성구의 한 경로당 노인회장은 "수성구에 있는 경로당은 매달 16만원을 받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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