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폰 시대의 재난복지 정책·서비스

입력 2014-08-14 07:53:03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세월호 참사를 재난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데 있다. 재난복지란 재난 전과 재난 중, 재난 후에 피해가 발생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해 행정적 지원과 물질적 보상, 더 나아가 정신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정부-시민 간 '소통' 거버넌스이다. 세월호 참사를 재난복지의 시각에서 이해할 때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 간의 정쟁을 넘어설 수 있다.

국회는 우선 내년도 국가연구개발 예산에서 6천685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재난재해'안전 R&D 분야의 실효성에 대해 집중 심의해야 한다. 아직 재난재해'안전 분야에 배정된 연구개발비의 세부 내역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적합한 재난복지 정책을 구현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재난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재난발생 시 반응속도와 복구대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왜 스마트폰인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2011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10대 28.4%에서 85.5%, 20대 57.9%에서 96.2%, 30대 45.5%에서 94.2%, 40대 23.6%에서 81.3%, 50대 7.0%에서 51.3%, 60세 이상 1.6%에서 10.9%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다른 장치들과 연결하기 쉽고, 모든 서비스의 허브가 될 수 있고, 여전히 개발 잠재력이 많은 열린 기술이며, 무엇보다도 누구나 이용할 줄 안다. 따라서 앱을 통하여 재난재해'안전 분야의 복지서비스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미국의 사례를 보자. 지난 2012년 10월 대형 허리케인 샌디(Sandy)가 미국 동부해안을 강타하였다. 이때 재난관리청(FEMA), 퇴역군인국, 적십자사 등이 운영한 스마트폰 앱은 재난 대응 및 복구 과정에서 피해자와 관련 커뮤니티의 요구를 신속히 파악하고 소통을 용이하게 해 주었다. 특히 적십자사 앱은 정전 상태에서 핸드폰 활용방법, 대피소와 구급상자 위치 제공, 고립상황에서 음식물 보관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어 재난 전후로 약 40만 명의 시민들이 폭풍우 경로 파악과 재난 모니터링을 위해 다운로드하였다.

허리케인 샌디가 발생한 후 미국 정부는 재난복지 정책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재난의 대응과 복구를 위한 혁신서비스 시범일'을 개최하였다. 재난과 안전 분야와 관련된 시민, 사회복지기관, 기업을 모두 초청하여 대규모 응급 상황 발생 시 생명 구조에 효과를 보일 수 있는 모바일 앱을 비롯한 여러 디지털 도구들을 시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날 소개된 모바일 앱 가운데 'Lantern Live'가 주목을 끌었다. 이 앱은 에너지부서에서 디자인한 것으로 정전, 전력케이블 추락, 주유소 사고 등이 발생하면 생존자들이 자신이 지닌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크라우드소싱 지도 앱 'Waze'는 이용자들이 주유소 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고 위치정보를 '구글위기지도' 서비스와 연동하여 공유하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혁신적 재난 기술들은 인터넷 생중계, 트위터 @SafetyDataGov와 @DHSscitech 계정과 #DisasterTech 해쉬태그를 통해서 미국 전역에 널리 홍보되고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족과 일대일로 교류하는 것은 위기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전문가들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재난 대응과 복구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재난재해'안전 서비스도 스마트폰 앱을 통한 혁신소통형 정부3.0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함께하는 마음재단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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