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병실에서 TV가 사라지고 있다

입력 2014-08-12 10:16:43

"휴식에 방해" 가톨릭병원 다인실 없애, 경북대도 검토 중

11일 오후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관절센터 7층 72병동. 5명이 머무는 다인실 여러 곳이 들어서 있지만 시끄러운 소리는 거의 없었다. 입원 환자 28명이 치료받는 병동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했다. 병실마다 환자들은 조용히 쉬거나 보호자와 나지막하게 나누는 대화 소리가 전부였다. 입원 병실이라면 으레 있어야 할 텔레비전이 없는 덕분이다. 대신 병동 한쪽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보호자와 환자들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침대에 '절대 안정'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한모 씨는 "병실에 TV가 없으니 정말 좋다. 환자들끼리 TV 채널을 두고 싸우거나 밤늦도록 켜두는 일이 없어서 편히 쉴 수 있다. 조용하니까 환자들끼리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오히려 사이도 좋아졌다"고 했다.

대학병원 병실에서 TV가 사라지고 있다. 환자들이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데다 스마트폰'태블릿PC 이용이 늘면서 그간 무료함을 달래는 중요한 수단이던 TV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하 2층, 지상 13층의 규모의 T(데레사)관을 열면서 4인실 이상 다인실에서 TV를 없앴다. 시끄러운 TV 소리가 환자들의 회복과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다 환자들끼리 TV 채널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영남대의료원도 호흡기전문질환센터를 열면서 4인실 이상 다인실에는 TV를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호흡기전문질환센터는 124병상 중 98병상이 4~6인실이다.

이곳 이미숙 수간호사는 "TV가 없으면 환자들이 불만을 제기할까 봐 내심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불만이 거의 없어서 오히려 놀랐다"고 했다.

경북대병원도 병실에서 TV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전체 다인실 병상 중 40%가량에 TV가 설치돼 있다. 특히 입원 기간이 짧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내과'신경과'이비인후과'성형외과 입원 환자들이 TV를 없애달라고 많이 요구한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장기 입원하는 환자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환자들의 경우, TV를 없애지 말아 달라는 민원이 있다"면서 "전체 병실에서 TV를 없앨지 아니면 병동의 특수성을 인정해 일부는 남겨둘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TV가 사라진 데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다는 권송례(56) 씨는 "휴게실에 TV가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이 없고, 조용하게 쉴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했다.

의료진의 호응도 높다. 회진할 때마다 TV를 껐다가 켜지 않아도 되고, 치료와 처치를 받는 환자들의 집중도도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승헌 기획실장(이비인후과)은 "회진을 할 때 TV 소리 때문에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환자와 대화가 쉬워지고 TV 채널을 두고 싸우지 않게 돼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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