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특별법 합의안에 대한 새정치연합 내 강경파의 '뒤집기' 시도와 세월호 유가족의 반발 때문이다. 여기에 2007년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과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여당과 합의를 이끌어낸 박영선 원내대표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애처로운 처지에 몰렸다.
이런 광경을 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항을 당내 강경파가 파기하는 못된 버릇은 여전하고,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는 무리한 요구에 합의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를 뒤집는 정치력의 빈곤 또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원내대표를 둘 필요가 없다. 그때그때 협상 대표를 뽑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사안을 의원총회에서 '민주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당명에 있는 '민주'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방식이다.
합의안에 대한 유가족의 불만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족이 요구하는 철저한 진상 규명은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현행 사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그런 점에서 합의안은 사법 체계 교란 논란을 피하면서도 유가족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고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진상조사위에 강제 조사가 가능한 동행명령권을 부여한 것, 조사위 외부에 특검보를 둬 업무 협조를 하도록 한 것, 진상조사위원에 유가족 추천자 3명을 포함시킨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할 때도 됐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 방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시행해 보지도 않고 합의안이 진상 규명을 못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섣부른 예단일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전 국민이 세월호 유가족보다 먼저 특별법을 보강'보완하거나 아니면 완전 폐기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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