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학박사 김미애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귀하게 키운 아들, 이젠 문제 덩어리

입력 2014-08-07 14:44:47

◇고민=저희는 다른 딸자식들과는 달리 늦둥이 아들이 갖고 싶은 것은 아이가 손끝으로 가리키기가 무섭게 사주었습니다. 남매들 간의 갈등이 생겨도 항상 아들 편을 들어주고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하도록 키웠지요. 그래선지 아이는 자신감 있고 씩씩하게 잘 크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다며 갑자기 난폭해지고 교칙을 어기고, 친구들과 싸우고, 이를 저지하는 교사에게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또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가출도 밥 먹듯 하여 부모의 충고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그때부터 처음으로 아들에게 매를 대기 시작했지요. 문제는 저희가 아이의 문제행동에 잔소리와 꾸중을 하며 일상을 통제하자 아이는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반항적으로 나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솔루션=중년에 얻은 귀한 늦둥이 아들, 그 하나만으로도 부모는 충분히 행복했고 아이의 재롱이 사랑스러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이 있듯, 부모 사랑과 헌신도 이와 같습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있어 부모가 만들어준 환경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나 소원이 척척 이루어지는 즉, '요술 방망이'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학교라는 조직에서는 더 이상 부모가 제공해 주던 요술방망이나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아이에게 처음으로 '욕구좌절'과 '환경의 배신감'을 느끼게 했을 것입니다. 아이도 나름대로 문제 대처를 위해 고심했겠지만 그동안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아이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인간관계의 역할을 상당수 해주었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에 대한 당혹감과 좌절감은 아이의 성격과 행동의 변화를 가져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등 그 몫은 고스란히 부모에게 마음의 고통을 안겨주는 것으로 전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 부모가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아이에게 기초교육을 코칭해야 한다며 문제행동을 질책하고 매질을 시작하는 것은 변화를 위한 때가 아닙니다. 맹자 말씀에 '雖有智慧 不如乘勢'(수유지혜 불여승세: 지혜가 있어도 시세에 따르는 것만 못하고), '雖有鎡基 不如待時'(수유자기 불여대시: 호미가 있다 해도 시기를 기다려 농사지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꼭 필요한 예의범절과 인성, 버릇, 태도를 가르치는 시기는 부모의 엄격한 가르침에도 그저 부모가 좋기만 해서 따르는 아동기에 마쳐야 합니다. 그간 부모에게 한 번도 야단 들을 일이나 저지를 당한 경험이 없는 아이 입장에서 보면 부모의 돌변한 체벌 중심의 양육은 오히려 억울함과 반항심만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중학생 사춘기 아이에게는 뒤늦은 회초리와 비난의 가르침은 때를 넘겼다는 뜻이지요.

지금은 아이의 자존심에 상처받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유연한 대화로 자기 잘못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결핍된 기초교육을 따뜻하게 코칭하는 것이 아이를 새롭게 하는 데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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