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돈, 외지로 샌다] (중)딤프, 지역 공연단체도 함께 키우자

입력 2014-08-07 09:59:02

빛 좋은 개살구 '딤프'…외국팀 4억·대구팀 400만원, 공연 지원금도 차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은 올해 수준 높은 뮤지컬 작품들을 초청, 지역의 뮤지컬 팬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딤프 축제가 지역 공연단체도 키워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딤프 축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지역 공연단체를 위해 전체 예산의 10∼20%를 배정해야 한다는 지역 공연예술 종사자들의 얘기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체 11억8천500만원 중 2천900만원

올해 딤프의 공연 초청비용은 11억8천500만원이었다. 이 중 지역 공연단체가 받은 금액은 2천900만원이었다. 지난해 딤프에서 대상을 받은 '사랑꽃'은 특별공연 형식으로 2천만원을 받았으며, 지역의 뉴컴퍼니 극단이 주축이 돼 중국 강소성연예집단과 합작한 '메이파밍자'는 체재비 400만원만 지원받았다. 그리고 대학생 딤프에 참가한 계명대가 500만원을 챙겼다.(표)

해외 및 서울 공연팀의 지원금을 보면 지역은 더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폐막작인 ▷러시아 대작 '몬테크리스토'는 4억2천만원을 받았다. 공동 개막작이었던 ▷중국 뮤지컬 '마마, 러브 미 원스 어게인'이 2억원, ▷슬로바키아의 작품 '마타하리'가 1억8천만원의 초청비를 받고 대구로 왔다. ▷위안부 문제를 다뤘던 '꽃신'은 6천만원 ▷공식초청작 '룩앳미' '로스트가든'과 ▷창작지원작 '상하이의 불꽃'이 5천만원씩 받았다. ▷창작지원작 '드가장'과 ▷어린이 뮤지컬 '씽씽 욕조와 코끼리 페르난도'는 각각 지원금 4천만원씩을 손에 넣었다. ▷공식초청작 '까당스'는 3천500만원을 받았다.

더불어 창작지원작들은 수천만원의 창작지원비와 함께 공연장 무료제공, 입장 수입 전액 귀속과 함께 저작권까지 챙기는 혜택을 누렸다. 창작지원작에 선정된 서울 기획사 및 제작사들은 '대구는 뮤지컬 지원 천국'이라는 찬사를 보낼 정도다.

지난해 대상을 거머쥔 지역 작품 '사랑꽃'은 올해는 특별공연작으로 2천만원만 받은 데 비해 지난해 창작뮤지컬상을 받은 '룩앳미'가 올해 공식초청작으로 5천만원을 지원받은 것은 지원금 형평성 시비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지역 극단 관계자들은 "지역 작품들이 홀대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투자 대비 효율 높은 지역 작품들

지역 극단들의 뮤지컬 제작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는 열악한 제작여건과 빈약한 투자로 인한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좋은 뮤지컬을 만들려는 열정만큼은 높이 사야 한다. 지난해 지역 유일의 창작지원작으로 딤프 대상까지 거머쥔 '사랑꽃'은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1년 가까이 피땀 흘려 수작(秀作)을 만들어냈다.

2년째 딤프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지역 작품인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을 딤프 공식초청작으로 추천하는 것을 거론했다. 이 공연을 관람한 윤 대표는 "대구의 이야기로 만든 이 악극을 지역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업그레이드시켜 딤프에 초청해도 좋을 것 같다. 실제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칭찬했다.

'비 내리는 고모령'은 지난해 수성아트피아에서 자체 제작한 작품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 배우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낸 작품으로 밀양연극제, 안동 예술의 전당 등에서 초청공연까지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딤프에서 지역의 어떤 작품이든지 수천만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지역 배우들에겐 그만큼의 기회가 제공되는 셈이며, 극단 연출진과 스태프들에겐 지원금 이상의 땀과 열정을 쏟아낼 무대를 마련해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역 공연 관계자들이 지난해와 올해 딤프에서 실망스러운 작품을 접할 때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 있다. "아무런 재미와 감동도 없이, 그저 돈만 받아가는 작품들을 초청할 바에야 우리들에게도 기회를 달라!"

지역 극단들이 딤프의 지원을 받을 경우, 지역민들의 축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더 높아지는 것도 덤으로 누릴 수 있는 흥행 효과다. 지난해 '사랑꽃'은 딤프 공연기간 중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대구시와 딤프의 정책적 판단 필요

올해 딤프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딤프 축제기간 중 권영진 대구시장의 '딤프 백지화 검토' 발언이 튀어나왔고, 결국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권 시장은 딤프 폐막작인 '몬테크리스토'를 관람한 후, "국내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조금 손질을 하면 훨씬 뛰어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호평했다. 그리고 대구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딤프와 함께 운영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딤프는 아시아 유일의 단일 뮤지컬 축제로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대구는 이를 선점, 벌써 8회째 국제뮤지컬 행사로서의 격(格)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대구시는 딤프 관련 예산증액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딤프 장익현 이사장과 이유리 집행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은 예산으로 좋은 작품을 가져오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으며, 실제 말 못할 고충을 겪었다.

이와 함께 향후 10∼15회 딤프에서는 지역 극단과 배우들도 그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 지역 쿼터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체 공연 초청비의 10∼20% 정도는 지역 극단을 키우자는 차원에서 배려한다면 뮤지컬 관련 외국인과 외지인들의 잔치가 아닌 지역과 어우러진 상생의 뮤지컬 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

대구시 김형일 문화산업과장은 "딤프는 이제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만큼,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제도적인 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민들이 더 다양하게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딤프's 갓 탤런트, 나도 뮤지컬 스타 등)에도 예산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획취재팀=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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