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상은 푸짐해도 지역 배우들 밥상은 '초라'

입력 2014-08-07 09:59:47

지역의 공연예술 관련 예산들은 해마다 명목도 다양해지고, 액수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은 최소 제작비이거나, 극단 및 기획사 대표들의 몫이다. '낙수 효과'가 배우들에게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배우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에선 시립극단 배우들(정기적인 급여)을 제외하곤 제대로 밥벌이를 하는 배우가 드물다. 4년제 대학에서 연기 관련 전공을 하고, 졸업 후 소극단에서 좋은 작품을 통해 제법 명성을 떨쳐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지역 배우의 80% 이상은 월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 근근이 버텨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소극단 배우들은 정식 작품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아동극 등에 출연해 최소 생계비를 벌기도 한다. 심지어는 온갖 허드렛일을 다하고도 극단 대표에게 타박을 받는 배우들도 있다. 일부 잘 나가는 배우들(상위 5%)조차도 다양한 활동(방송, 강의, 행사 등)을 통해 월 200만원가량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수준이다.

지역의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떠나는 배우들도 많다.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에서 남자 주인공 '동영'역을 맡은 김동훈(27'계명대 연극예술과 졸업) 씨는 지난해 말 대구를 떠났다. 그는 배우로서 크기 위해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시립극단 출신의 권혁(40) 씨도 더 큰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 서울 대학로로 떠난 지 오래다. 상경한 이들은 대구 연극판을 발판삼아 대한민국 스타급 배우가 된 이성민을 꿈꾸며 연기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지역엔 배우 재목들이 결코 적지 않다. 대구경북지역 주요 대학의 공연 관련 전공학과에서 배출되는 많은 배우 지망생들이 있다. 이들은 지역에서 맘껏 활약하며, 무대에 설 기회를 잡고 싶어한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도중에 꿈을 접고 다른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 대구경북은 이들에게 절망의 땅이 아닌 기회의 땅이 되어야 한다.

권성훈 기자

※낙수 효과=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경기부양 효과로 나타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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