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무총장 고사…김무성 첫 단추 삐걱

입력 2014-08-05 11:01:28

원내대표 준비 유의원 "할 생각 없다" 단호히 거절

새누리당이 김무성 당 대표 체제로 바뀌었지만 20여 일이 넘도록 '김무성의 보수혁신'을 주도할 당직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애초 7'30 재'보궐선거가 끝난 직후 핵심당직 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을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4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것으로 예상된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등의 인선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주말쯤은 돼야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무대'('김무성 대장'의 줄임말)의 고심은 사무총장에서 출발한다. 사무총장은 당의 모든 기획과 정보의 길목에서 살림살이를 책임지는데다, 대표와 호흡을 맞춰 당을 운영해나가야 하는 핵심보직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7'14 전당대회 승리 직후부터 사무총장 자리에 3선의 유승민 전 최고위원(대구 동을)을 머릿속에 넣어뒀다. 선수(選數)나 당 운영 능력, 출신 지역(대구경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유 전 최고위원이 유일한 적임자라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당내 경제통 핵심 브레인인데다, 할 말은 다하는 유 전 최고위원의 성격상 김 대표가 구상하는 당 혁신작업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또 김 대표와 유 전 최고위원의 오랜 인연도 한몫한다. 유 전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시절부터 김 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또 두 사람은 2007년 당시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함께 도왔지만 이후 박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지는 등 비슷한 처지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유 전 최고위원은 내년 원내대표 출마를 명분으로 당 사무총장직을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가기 전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유 전 최고위원은 "김 대표로부터 어떤 제의도 받은 적이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유 전 최고위원 한 측근은 "미국에 계시는 유 전 최고위원과 SNS를 통해 연락을 취하는데, (사무총장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신다. 별 뜻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당직 인선 첫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하면서 당직 개편이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여전히 (사무총장) 유일한 적임자로 유 전 최고위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차례 (유 전 최고위원에게) 사람을 보냈지만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다. 계속 고사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당 내부에서는 유 전 최고위원이 사무총장을 끝까지 고사할 경우 결국 대구경북 지역 배려를 위해 김태환(구미을)'장윤석(영주) 국회의원에게 자리가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일각에선 김 대표가 김'장 의원을 그다지 신임하지 못해 윤상현 현 사무총장이 유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형편이다.

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김 대표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김무성식 보수혁신'의 성공에 달렸는데, 그 첫걸음이 당직 개편"이라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당직 인선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