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자들 "축조 아닌 개축" '公' 표현도 식민사관 담겨
대구 수성못을 조성하는 데 공헌한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水崎林太郞)의 묘역 안내판 내용이 철저한 고증 없이 만들어져 오류가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즈사키 묘역은 수성못 남쪽(두산동 산 21-8)에 자리 잡고 있다. 미즈사키는 1915년 가족과 함께 개척농민으로 대구에 정착해 농업에 종사했다. 그는 당시 수성벌이 가뭄과 홍수로 큰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조선총독을 면담해 사업비 1만2천엔(현재 10억엔 정도)을 받아 못을 조성했다. 미즈사키는 1939년 12월까지 못을 관리했다. 그는 임종을 맞아 '수성못이 보이는 곳에 한국식 무덤으로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했고, 유언대로 안장됐다. 이 묘역은 1999년 지금의 자리에 이장되면서 새로 단장을 했고, 2010년 안내판 등이 설치됐다.
하지만 안내판 내용이 '축조'라는 표현 등을 철저한 고증 없이 사용했거나 너무 찬양하는 형식으로 기술돼 '역사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성구의회 강민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축조가 '없는 상태에서 쌓아서 만든다'는 의미임을 고려하면 향토사학자들 사이에 그 당시 수성지가 일부 있었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개축 또는 증축했다는 표현이 맞다"고 했다.
안내판 내용 중 이름과 같이 쓰여 공경의 의미를 담은 '공'(公)이라는 표현도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강 의원은 "미즈사키가 조선총독부의 돈을 빌려 수성못을 조성했지만 당시 수성벌의 농민에게 물세를 받는 등 수탈하기도 했는데 '공'이라고 칭한 것은 식민사관에서 나온 표현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내문 곳곳에 '관리하시던'이나 '풍요롭게 하시던' 등으로 표현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현창비'(顯彰碑) 설치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현창은 '업적이 길이 빛났다'는 의미인데 미즈사키가 현창비를 세워줄 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구의원은 "수성구청이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너무 치적 위주로 안내판 등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당시 묘역을 이장할 때 향토 사학자와 교수 등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안내판을 만들었다"며 "사료가 많지 않아 해석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보완할 점이 있다면 수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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