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체적 위기의 군, 창군(創軍) 자세로 개혁을

입력 2014-08-04 11:06:20

나라를 지키려고 씩씩하게 가족 품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동료 병사의 총에 맞거나, 선임병들의 집단 따돌림과 폭행 끝에 시신으로 돌아왔다. 어떤 젊은이는 중병의 증상을 보였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내놓은 정부와 군 수뇌부의 자성과 재발 방지책은 헛구호였다.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눈가림 대책을 마련하는 사이에 곳곳에서 집단 폭력과 따돌림으로 아까운 청춘이 숨졌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달 선임병의 집단 폭행으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 모 일병 사건은 우리 군이 얼마나 사병 보호에 무관심한지를 잘 보여준다. 윤 일병은 자대에 전입하자마자 지난 4월 사망할 때까지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동안 윤 일병은 여러 차례 동료와 상관에게 알리고,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이 사실은 철저하게 감춰졌다. 지난달 전역 당일 자살한 이 모 상병이나 22사단 임 모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상관을 폭행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지만 결과는 영창을 보내거나 방치였다. 이들 사례 모두 소대장이나 중대장 등 관리책임자가 한 번만이라도 관심을 두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육군이 4월 한 달 동안 조사한 데 따르면 가혹행위로 3천900여 명이 적발됐다. 그동안 가혹행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근절을 떠들었지만, 실제 하급 부대로 내려갈수록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해 관리 감독이 제대로 안 됐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군이 스스로 조직을 관리하거나 개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창군(創軍)의 자세로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전수조사를 통해 관심 병사를 분류해 재배치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몇몇 하급 지휘관 문책으로 끝맺어서는 안 된다. 군 수뇌부 전면 교체는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한 형사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 사고 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제2, 제3의 윤 일병 사건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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