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2곳만 심장제세동기 보유
여름방학을 맞아 벼르고 별렀던 성형수술을 받기로 한 대학생 김모(22) 씨. 최근 대구 중구의 한 성형외과를 찾아가 쌍꺼풀과 눈 뒤트임 수술을 받기로 하고 수술 날짜까지 잡았다. 상담을 끝내고 병원 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김 씨는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느냐" "긴급 상황에 대비해 응급 장비를 갖추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 리 없다"고 엉뚱한 대답만 늘어놨다. 김 씨는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니 수술을 받아도 되는 걸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불안감은 괜한 기우가 아니다. 대구시내 성형외과 가운데 응급장비인 심장제세동기를 갖춘 곳은 10곳 중 고작 2곳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안전행정위원회)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대구시내 성형외과 76곳 가운데 심장제세동기를 갖춘 곳은 13곳에 불과했다. 특히 성형외과 47곳이 몰려 있는 중구의 경우 단 4곳에서만 심장제세동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병'의원 1천118곳 가운데 80.2%인 897곳에 심장제세동기가 없었다. 서울의 심장제세동기 미보유율이 90.3%로 가장 높았고, 광주(83.9%), 부산'대구(82.9%), 대전(80.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경북의 성형외과는 심장제세동기 보유율이 62.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처럼 심장제세동기 보유율이 낮은 이유는 의료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미용을 위해 수술을 받는 이들이 대부분 젊고 건강한 편이어서 수술에 잘 견디는데다 국소 마취를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성형외과 학회에서는 심장제세동기를 갖추도록 권유하지만 수백만원씩 들여서 사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전신 마취를 하더라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있을 경우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자기 심장이 멈출 경우 4분 후부터 뇌손상이 오기 시작해 1분마다 7~10%씩 생존율이 떨어지며 10분이 지나면 사망한다. 가슴압박을 통한 심폐소생술을 할 수도 있지만 부정맥이나 심장 질환이 있을 경우 심장이 살아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형수술 도중 사망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대학생 이모(22) 씨가 성형외과에서 턱을 깎고 코를 세우는 수술을 받은 뒤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 같은 달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30대 여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한 달 만에 숨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수능을 마친 여고생이 쌍꺼풀 수술을 받던 중 의식을 잃어 뇌사에 빠지기도 했다.
법적 규제가 전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 응급의료법에는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 대상에서 성형외과 병'의원은 제외돼 있다. 강 의원은 "성형수술의 특성을 고려하여 성형외과를 설치한 병'의원은 심장제세동기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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