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스쿠버다이빙-마라도

입력 2014-07-31 14:18:50

필자가 제주에 가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마라도'였다. 기회가 왔다. 몇 해 전 여름휴가 여행지를 놓고 가족회의를 할 때 마라도에서 1박을 하자는 의견을 내놓자 아내가 '듣자니 마라도는 두어 시간 관광하면 된다는데 웬 1박이냐'며 타박했다. '꼭 그럴 필요가 있으니 가보면 안다'고 우겨 마라도에서 1박을 했다.

마라도에 가보고 싶은 이유는 이랬다.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불타는 황금 노을과 푸른 밤,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별, 바다 위에 떠있는 한라산의 위용, 그리고 장엄한 일출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라도에 대한 인터넷의 리뷰에 '국토 최남단이라는 것 외에 별 감흥이 없다'는 글을 보고는 '허걱, 그럴 수도 있겠구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필자는 감행했다.

마라도에서 꼭 1박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마라도 풍광과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이 많아지면 그곳은 더 유명해지고 더 복잡해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다.

제주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 해상에 마라도가 있다. 그 중간에 가파도가 있다. '돈을 빌리면 가파도(갚아도) 되고 마라도(말아도) 된다'는 그 환상의 섬들이다. 송악산 밑 사계에서 유람선이 출발하는데 이 배는 당일 몇 시간 마라도를 유람하고 되돌아온다. 1박 내지 며칠 머무르려면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시간은 40분쯤 걸린다.

마라도는 고구마처럼 생겼다. 최고 높은 곳이 해발 39m로 높은 산은 없으나 둘러보면 볼 것도 많고 체험할 것도 많다. 해안선이 4.2㎞ 정도인데 걸어서 일주하면 1시간 정도 걸린다. 해안절벽과 동굴이 장쾌하기 그지없는데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바다와 어울린 그 풍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스쿠버다이빙과 관계없는 관광객은 섬 한 바퀴 돌아보고 최남단비에서 기념촬영하고 그 유명한 마라도 해물자장면 한 그릇 먹고는 마라도를 떠난다.

마라도의 비경은 그 푸르디푸른 물속에 있다. 제주 전역이 환상적인 다이빙 포인트이지만 제한하는 곳이 많다. 마라도나 가파도, 차귀도도 마찬가지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난리가 난다. 해녀 단체의 반대가 특히 심하다. 실정법상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데 문제는 없으나 해당 어촌계의 허락을 받지 않고 아무 데서나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해녀할망들이 출동한다. 무지막지한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방언을 쏟아내며 제지한다. 물속에 들어가려면 스킨다이빙(skin diving'스쿠버 장비가 아닌 마스크, 스노클, 핀 등을 부착하고 물속에 잠수하는 것)으로 종목을 바꾸면 된다.

필자는 이렇게 즐긴다. 낮 동안 스킨다이빙으로 물속을 구경하고 저녁이 되면 노을을 벗 삼아 술 한잔 하고, 밤이 되면 쏟아지는 별을 노래하며 또 한잔 한다. 그러다 보면 여름밤은 짧아서 쉬이 동이 튼다. 다음날 여명과 함께 제주의 한라산이 바다 위로 솟고 어제 바다로 입수한 해가 다시 동쪽바다에서 솟아오른다. 그렇다, 마라도에서는 바다로 해가 지고 바다에서 해가 뜬다. 날씨가 좋지 않아 섬에 못 갈 때도 있고 섬에 닿았으나 비가 오거나 흐려 일몰과 일출을 못 볼 수도 있다. 그것은 하늘에 맡겨야 한다.

스킨다이빙 포인트는 많다. 4개의 선착장에서 할 수 있고 갯바위를 활용해도 된다. 요즘은 수온이 높아 실력만 된다면 수영복만 입고 스킨다이빙할 수도 있다. 국토 최남단이라 시야와 수온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고기를 비롯해 해조류, 어패류, 갑각류 등 제주와는 또 다른 바닷속 풍경을 보여준다.

마라도엔 사찰과 교회, 성당도 있다. 마라분교와 해물자장면집, 편의점도 있다. 원래 마라도는 무인도로 원시림이 울창했다. 고종 때 농어민 몇 가구가 제주목사의 허가를 얻어 화전을 일궈 지금의 마라도가 되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필자는 마라도 바다의 물빛만 보면 심장이 요동친다. 그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 싫어진다. 마라도는 그런 섬이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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