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돗물 소독부산물 농도 "안심할 수준 아니다"

입력 2014-07-31 11:43:58

"국내 기준 밑도는 수치라도 유해" 국내외 연구 입증

낙동강 물을 원수로 해 대구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일부 정수장의 '총 트리할로메탄'(THMs) 농도(본지 29일 자 1'3면 보도)가 여름철마다 치솟아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달 2일 매곡정수장의 소독부산물인 THMs 농도는 0.047㎎/ℓ로 정부 기준치(0.1㎎/ℓ)에 못 미쳤지만, 이 정도 수준이더라도 외국의 기준과 여러 연구에서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정수장에서 측정된 THMs 농도는 배수관을 통해 가정집으로 가는 과정에서 더 짙어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008년 영국 버밍엄대학의 '직업과 환경의학 연구소' 주니 자콜라 박사 팀은 대만에서 출생한 영'유아 40여만 명의 출생기록을 분석해 THMs의 유해성을 추적했다. 그 결과 수돗물 속에 THMs 수치가 0.020㎎/ℓ 이상(한국 기준 5분의 1)일 때 0.005㎎/ℓ 이하일 경우보다 선천성 기형 발병 위험이 50~10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서 200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립의학연구소'의 빌라누에바 박사 팀도 1천219명의 남녀 방광암 환자와 1천271명의 정상인 대조군을 비교, 가정용 식수의 THMs 농도가 0.049㎎/ℓ 이상일 때가 0.008㎎/ℓ 이하일 때보다 방광암 발병 위험이 2배나 높다는 결과를 내놨다.

한국에서는 정확한 THMs 농도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1992년 한국환경과학회지가 THMs가 포함된 염소 소독한 물로 밀폐된 공간에서 샤워하면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THMs와 같은 유해물질이 음용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피부에 닿았을 때나 호흡 때 몸 안으로 침투, 그 오염물이 몸에 축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연구 등에도 불구,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춰 앞으로 THMs 농도가 더 줄게 돼 수돗물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을 통해 오존 처리로 조류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면 소독을 위한 염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존이, 발생한 THMs의 농도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염소 사용을 대체하는 것이어서 여름철 조류 발생과 수온 상승으로 원수의 질이 악화됐을 때는 다시 염소 사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태관 계명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조류가 번성하는 여름에 원수의 질이 나빠져 시설용량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오존처리과정에서 일부 오염물질이 걸러지지 않아 결국 투입하는 염소의 양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대구는 취수원 상류에 구미의 산업공단이 있고 과거 페놀 오염 사태를 겪는 등 식수 안전에 민감한 만큼 THMs 기준치를 충족한다고 문제가 없다고 여기지 말고 더 엄격한 잣대로 수돗물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여름철에 오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면 염소 사용량을 추가로 늘릴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만 모니터링을 하면서 양을 조절하기 때문에 THMs 농도가 급격히 높아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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