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보고있나, '朴의 복심' 이정현 선택한 호남을…

입력 2014-07-31 10:01:47

철옹성 영호남벽 허문 대이변…지역에 미칠 영향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큰 사건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전남 순천곡성 당선이다.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대이변이라 불리는 것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던 영호남 지역주의에 균열을 일으킨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부터 '박근혜의 입'으로 통했던 이 전 수석은 이번에 득표율 49.43%를 기록, 40.32%에 그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눌렀다. 청와대에서 "사건이다, 사건"이라 했을 정도다.

이 전 수석이 새누리당의 호남권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대구경북도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남에서 이 전 수석이 승리한 것은 그가 3수생(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 선거, 2004'2012년 광주 서을 총선)이기 때문에 지역민이 측은지심을 보였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보다 '더는 지역주의를 고수해서는 얻을 게 없다'는 전략적 실리주의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구경북은 2012년 19대 총선, 2014년 지방선거에서 "매기 한 마리를 풀어야 경쟁이 된다"며 '매기론'을 설파한 김부겸 민주당 전 최고위원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다시 회자해 보수적 이미지가 더욱 선명해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여의도 정가와 지역 정치권에서는 "호남뿐 아니라 충청권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 재보선에선 대전, 충남, 충북 세 선거구 모두 새누리당을 선택해 균형을 맞췄다"며 "건전한 견제와 건강한 경쟁이 공존해야 지역 발전이 가능하다는 호남과 충청의 선택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전 수석과 나경원 전 최고위원이 국회에 재입성하면서 김무성 당 대표가 새로 짤 당 지도부 리스트에서 대구경북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커졌다.

보통 당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선거마다 캐스팅보트를 쥐어온 충청권 출신과 청장년층에서 지목했다. 이번에는 호남 출신인 이 전 수석을 지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여성으로는 최다선이 된 3선의 나경원 전 최고위원을 새 사무총장으로 임명해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대항마 역할을 맡길 것이란 말도 있다. 그렇게 되면 김 대표가 전당대회 전에 밝힌 "대구경북 출신 사무총장을 기용할 생각"이라는 말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정가에선 지금까지 유승민 국회의원(대구 동을)과 김태환 국회의원(구미을) 중 하나가 차기 사무총장으로 발탁될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재보선에서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유 의원은 "(사무총장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가 비박계 대표주자로 당권을 잡았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가 "박근혜정부에 기회를 더 주자"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장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는 어렵게 됐다. 그래서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 대구경북에서 실속 찾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초선 의원들이 '7인 회의'로 현안 해결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정치권이 똘똘 뭉쳐 제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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