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현금 깡'…3만원에 양심 판 상인들

입력 2014-07-28 10:16:39

현금 구매 땐 10% 할인, 싼값에 사 바로 현금화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상품권) 할인 정책이 상인들의 환전 차액 챙기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상인들은 상품권을 싼값에 사서 이를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차액을 챙겨 상품권 유통을 통한 전통시장의 소비 진작 취지를 무색게 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2009년 7월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행한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누구든 은행이나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현금으로 살 때 5% 할인해주는데 정부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자 6월 5일부터 현금 구매 시 5%를 추가해 모두 10%(1인 한도 월 30만원)까지 할인해 주기로 했다.

추가 할인 정책이 시행되자 6월 한 달간 온누리상품권 판매는 크게 늘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대구의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2~5월에는 평균 8억, 9억원이었으나 6월에는 30억원까지 치솟았다.

상품권 판매량은 급증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전통시장은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이를 악용해 제 주머니를 챙긴 일부 상인들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은 가맹점포 상인들만 이를 현금으로 환전받을 수 있는데 일부 상인들이 싼값에 상품권을 사서 곧바로 현금화해 그 차액을 챙기는 바람에 정작, 전통시장에서 상품권이 유통되지 않는 것이다.

가령 가맹점 상인이 3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27만원(현금 할인 10%)에 사서 판매처에 팔면 그 자리에서 3만원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가족, 친지, 지인 등을 동원해 같은 방식으로 환전하면 제법 큰돈을 손쉽게 쥘 수 있어 이를 노린 불법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문시장 한 상인은 "보통은 상가연합회에서 환전을 해주지만 갑자기 환전금액이 늘면 의심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주변 금융기관을 이용한다. 대부분 반찬 값 번다는 생각으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상품권 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법유통이 성행하면서 시장 내부에서도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상인은 "일부 상인의 그릇된 행동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이런 악용 사례가 많아지면 정부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좋지 못한 인상을 남겨 전체 상인에게 피해가 올 것"이라고 상인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시'도별 상인연합회 회장들을 초청해 온누리 상품권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불법유통이 확인될 경우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대구시상인연합회 회장은 "상품권에 들어가는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이런 상인들의 그릇된 행동이 시장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중소기업청 등과 협의해 불법유통을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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