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치맥축제를 위한 변명

입력 2014-07-28 10:33:20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대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치맥축제가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무려 60만 명이 몰렸다. 매년 전국에서 수많은 축제가 열리지만, 인원 동원 면으로만 본다면 이 행사만큼 단시간에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는 듯하다.

치맥축제의 개념은 단순하다. 치킨과 맥주다. 맥주 안주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이 치킨(실제로는 좋지 않다고 한다)이라는 것과 전국적으로 성공한 프랜차이즈 치킨점 가운데 상당수가 대구에서 처음 출발했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여기에다 무더운 대구의 한여름 밤이라는 시간과 어느 정도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도심 야외공원이라는 공간이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 아닐까 싶다.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무질서와 시민의식 실종 등의 비판은 다수가 모이는 거의 모든 축제 형태의 행사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고, 앞으로 당연히 고쳐나가야 할 점이다. 그러나 '닭튀김 냄새가 진동하는 땅' '40만 명이 닭 40만 마리를 해치우는 난리굿'이라는 다소 생뚱맞거나, '치맥은 통풍의 적'이라며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을 새삼 강조하는 데 이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 행사'에 재를 뿌리는 것 밖으로 보이지 않아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축제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온갖 축제를 경쟁적으로 만들어 세금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그래서 엄격한 잣대로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축제를 요구한다. 주제는 뚜렷한 한국적 정체성과 미래 지향성, 심오한 문화예술성을 지향해야 하고, 대박 프로그램으로 인원 동원과 흥행도 성공해야 한다. 주최 측의 빈틈 없는 행사 진행과 관객의 높은 시민 의식은 기본이다. 여기에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거리와 먹을거리도 갖춰야 하나의 축제 전형이 완성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치맥축제는 인원 동원과 치킨+맥주라는 한정된 먹을거리 정도만 갖췄다. 나머지 부분은 엄격한 잣대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제 겨우 두 번의 행사를 치렀을 뿐이다. 이 축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을 성싶다. 혹시 전 세계 관광객을 그러모을 명품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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