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골프이야기] 핸디캡

입력 2014-07-28 07:05:41

실력 차이 조정, 대등한 경기 위한 '양심 스코어'

골프실력을 말할 때 흔히 '핸디'라는 단어를 쓴다. 그래서 "핸디가 얼마야?"라고 서로 묻는다. 물론 이 단어는 잘못 쓴 것이다. 정확하게는 '핸디캡'(handicap)이다. 기량이 서로 다른 골퍼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탁구에서도 실력 차이가 나면 몇 점을 먼저 내 준 상태에서 경기에 들어간다. 당구에서도 수지에 맞춰서 쳐야 할 알 수를 조정하거나 점수 적용에 차등을 두어서 실력 차이를 조정한다. 골프의 핸디캡도 비슷한 취지다.

또 핸디캡은 홀별 난이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스코어카드에는 티박스 위치(블루, 화이트, 골드, 레드 등)에 따라 거리(미터 혹은 야드) 표시가 있고 핸디캡 표시도 있다.(사진) 숫자가 적을수록 어려운 홀이다. 물론 숫자가 많다고 얕잡아 볼 일은 아니다. 골프는 무례하고 오만한 골퍼에게는 반드시 응징을 하는 법이니까.

이 단어는 원래 'hand in a cap'(핸드 인 어 캡)의 준말이라고 한다. 술을 마신 뒤 자기가 마신 술값 몫을 양심껏 계산해 모자에 집어넣는 스코틀랜드인들의 신사도 정신에서 나온 용어를 원용한 것. 자기 자신 특히 양심과의 싸움이라는 골프의 특성이 가미된 이야기다.

우리나라 골퍼들의 핸디는 얼마나 될까? 보기플레이어가 24.5%로 약 4분의 1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대한골프협회(KGA)가 경희대 골프산업연구소와 공동으로 20세 이상 성인 4천795명을 조사해 발표한 '2012 한국 골프지표 조사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90대 타수와 비슷하게 80대 타수(23.6%)도 많았다. 결국 80대와 90대 골퍼가 절반을 차지한 것이다. 백파(百破)를 넘어서지 못한 100타 이상을 치는 골퍼도 절반에 가까운 46.8%였다. '싱글'로 불리는 싱글핸디캐퍼(80타 이하)는 전체의 5.1%였다.

골퍼들의 전체 평균 스코어는 이 조사에서 집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수도권의 한 대형 골프장에서 3개월 동안 내장한 2만여 명의 점수를 집계한 결과 91.89타였다. 제출된 스코어카드를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멀리건', '일파만파', '올보기', OK로 더 많이 불리는 '컨시드' 등 인심이 후한 한국 골프 문화를 고려하면 95타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핸디캡은 과연 얼마일까. 아마추어 골퍼들의 핸디탭에는 실제 실력보다 거품이 많이 들어 있다. 대체로 자신의 본 실력보다 최소한 3~4타 정도는 낮은 스코어를 자신의 핸디로 믿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품이 낀 핸디캡을 기준으로 삼으니 항상 만족하지 못하는 점수에 괴로워 한다. 정반대로 내기에서 유리하게 하기 위해 터무니 없이 실력을 낮춰서 핸디캡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물론 비양심적이고 매너없는 골퍼, 심지어 '사기골퍼'로 낙인 찍히지만 그 버릇을 쉽게 고치지 못한다.

따라서 자기 점수에 대해서는 양심에 따라 가감 없이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허풍을 가미해 무조건 실력보다 더 낮춰서 부를 것도 아니고, 내기를 위해 실력보다 형편 없이 못 하다고 사기를 칠 일도 아니다. 여기서도 골프의 기본정신인 양심과 신사도는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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