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인종차별

입력 2014-07-28 07:26:40

얼마 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 독일의 일부 선수들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린 우승 축하 행사에서 술에 취한 채 아르헨티나를 조롱하는 행동을 해 아르헨티나 축구팬과 언론매체들이 격분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내용인즉 환영식 무대에 참석한 술에 취한 몇몇 독일대표팀 축구선수들이 허리를 숙여 구부정한 자세로 걸으며 '가우초는 이렇게 간다'고 하고, 다시 허리를 곧게 펴고 걸으면서 '독일인은 이렇게 간다'고 하면서 노래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독일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 '가우초'는 남미의 목동이란 뜻으로 이런 노래와 행동들은 결국 남미인을 비하한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전 국민전선(FN) 지방선거 후보였던 안 소피 르클레르가 현 프랑스 법무부 장관인 흑인 여성 크리스티안 토비라를 원숭이에 비교하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켜 그녀에게는 9개월의 징역형과 5만유로(약7천만원)의 벌금이, 그리고 소속 정당이었던 국민전선에는 3만유로(약4천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는 보도를 보았다.

외국에서 생활할 때 나의 부모님께서는 프랑스에서 인종차별을 받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던 일이 기억난다. 우리나라는 과연 인종차별적인 언어 구사와 인종차별이 없을까? 그리고 자신의 가족, 친인척들이 만약 선진국에 가서 유학 또는 이민 생활을 하게 되면 나의 부모님처럼 이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예전에 이런 유머가 있었다. 택시에 탄 미국 흑인 병사 두 명을 친구 기사에게 연탄 두 장 싣고 간다고 얘기했다가 결국에 목적지에 와서는 택시 요금을 연탄 두 장 값만 받았다는 얘기다. 요즘은 이런 일이 없겠지만, 인종차별적인 언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아무 생각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나는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지 우리 각자 생각을 해 보자.

프랑스 사람들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프랑스 교육현장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며 교육을 하는 부분이다. 프랑스 랭스 국립음악원 지휘 강사 시절에도 내가 항상 신경을 쓰는 부분이었다. 특히나 공공기관 민원실 담당 공무원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것 같았다. 요즘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정을 위해 정부, 지자체 할 것 없이 그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 또는 융화되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정작 우리 개개인은 무의식적으로 인종차별적인 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TV에 우리나라 말 바로 쓰기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종차별적인 말들도 찾아 공익광고나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김형석 대구영재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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