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얌체·민폐 운전 (하)

입력 2014-07-28 07:43:50

대구 '깜박이' 위반 24435건…서구 정지선 준수율 전국 69곳 중 41위

대구 서성네거리 횡단보도. 정차선을 지키지 않거나 심지어 횡단보도에 정차한 차들도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서성네거리 횡단보도. 정차선을 지키지 않거나 심지어 횡단보도에 정차한 차들도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무질서운전은 약속과 배려를 잃어버린 데서 시작된다. 도로 위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인 방향지시등(일명 깜빡이)을 켜지 않거나 보행자에 대한 배려 없이 정지선을 넘는 얌체'민폐 운전은 도로를 더욱 혼잡하게 만들고 사고 위험을 높이는 주범이 된다.

◆다른 사람 배려 않는 운전 실태

이달 18일 오후 3시 30분 대구 서구 평리동 신평리네거리. 한참 붐비는 이때 좌'우회전하는 차들을 살피니 상당수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방향 전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내버스. 화물차는 물론 어린이들이 탄 통학차량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거나 방향을 바꿨다. 기자가 실제 이곳에 서서 4시까지 30분 동안 서구청과 북부시외정류장 등 두 방향에서 좌'우회전하는 차들을 지켜본 결과 454대 중 방향지시등을 켜고 방향전환을 한 차는 225대(49.6%)에 그쳤다. 이 가운데 좌회전은 44.5%(263대 중 117대 점등), 우회전은 56.5%(191대 중 108대 점등) 만의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4시 30분까지 30분 동안 정지선 준수 여부를 지켜봤다. 그 결과 58.5%만이(130대 중 76대 준수) 차량 앞범퍼가 정지선을 넘지 않았다. 몇몇 차와 오토바이는 횡단보도 중간지점에서 멈춰 행인의 보행을 방해했다. 횡단보도 양쪽 끝 부분에는 우회전하는 차들이 보행신호를 무시한 채 보행자 사이로 차를 몰기도 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신평리네거리는 2010~2012년 3년 동안 107건(사망'중상 3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곳은 같은 기간 대구에서 교통사고 건수가 가장 많다.

기자는 이에 앞서 2010~2012년 동구에서 가장 많은 교통사고(59건)가 났던 큰고개오거리도 살폈다. 15일 오후 3시 30분쯤 신암동 큰고개오거리에서 4시까지 동구청과 파티마병원 등 두 방향에서 좌'우회전하는 차들을 지켜본 결과, 모두 392대(좌회전 230대'우회전 162대) 중 방향지시등 사용률은 49%(192대)에 그쳤다. 좌회전 차량 중엔 103대(44.8%), 우회전 차량은 89대(54.9%)만이 방향지시등을 켰다.

특히 이곳은 오거리라는 특성 때문에 방향지시등 사용률이 낮았다. 동구청 앞(아양로)을 지나온 차들은 고가도로 아래(동북로)와 동대구역(신암남로) 등 두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이 중 동대구역으로 가는 도로는 좌회전 반경이 완만해 직진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 탓에 운전자들은 직진하듯 방향지시등을 잘 켜지 않았다.

경찰이 방향지시등 미점등과 정지선위반 등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운전 행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은 차량은 2만4천435건이 적발됐다. 이는 이전 해인 2012년의 1천676건에 비해 14.6배나 늘어난 수치고, 5년 전인 2009년의 570건과 비교하면 42.9배나 상승한 셈이다.

신호 위반도 꾸준한 단속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09년 9천712건에 이어 지난해에도 1만293건이 적발됐다. 2011년에 7천277건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매년 적발 건수가 1만 건 안팎에 이르는 등 운전자의 신호 지키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향지시등 사용, 전국 하위권

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대구 운전자의 방향지시등 사용률은 매우 낮다. 이 기관이 지난해 조사한 전국 69개 기초자치단체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에서 대구 7개 구는 50~70%대에 머물러 전국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달서구가 911대 중 55.4%인 505대만이 방향지시등을 사용, 대구의 구 가운데 가장 낮은 점등률을 보였다. 이는 전국 69개 구 가운데 하위권인 56위에 해당한다. 방향지시등 사용에 있어서 달서구는 몇 년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0년 56.7%에서 ▷2011년 56.4% ▷2012년 52.6% 등 큰 개선 없이 바닥권을 맴돌았다.

다음으로 북구가 291대 중 56.6%인 124대만이 방향지시등을 켜서 전국 순위 51위에 그쳤다. 문제는 북구의 점등률이 계속해서 떨어진다는 점이다. 2010년 72.9%에서 이듬해 65.9%로 하락했고, 2012년에 60.3%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60%대가 무너졌다.

북구에 이어 동구가 61.5%(43위), 남구가 65.4%(36위) 등을 기록했다. 동구는 2010년 70.7%에서 다음해 50.8%로 폭락했고, 2012년 55.9%로 조금 올랐고, 상승세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남구 역시 2010년 87.2%에서 2011년 36.7%로 급락해 조금씩 회복했지만, 여전히 6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구 운전자의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은 60~80%대로 순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90%대의 신호 준수율 등 다른 운전 행태 관련 지표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다. 대구에서는 서구의 정지선 준수율이 63.2%(486대 중 307대 준수)로 가장 낮았고, 이는 전국 69개 구 가운데 41위이다. 다음으로 동구(71.7%), 달서구(74.7%), 남구(77.1%)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시는 이런 교통 문화를 바꾸려고 여객과 화물차 등 운수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안전운전과 사고예방, 사고 시 대처요령 및 인명구조 등을 매년 교육하고 있다. 더불어 시뮬레이션 모의 운전과 도로환경 및 속도에 따른 자동차 정지거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신규면허 응시자와 고령운전자, 법규 위반자 등은 물론 기업체, 군부대를 대상으로 연간 33만 명에게 교통안전교육을 벌이고 있다.

김영무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안전 의식이 높아져야 무질서한 교통문화가 개선되고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당장은 효과가 눈에 띄지 않지만, 안전을 중심에 둔 교통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운전자는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꾸준히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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