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교황 방한을 기다리며

입력 2014-07-26 07:38:25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및 순교자 103위 시성식 때, 그리고 199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때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30년 전 김포공항에 도착한 요한 바오로 2세는 땅에 입을 맞추며 공자가 말씀하신 인생삼락 중 하나인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며 감동적인 인사를 하였습니다.

교황의 첫 방문 후 30년이 지난 올해 교황 프란치스코가 우리나라를 방문합니다. 교황은 방한 중 '하느님의 종' 윤지충과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및 미사,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등 4차례의 미사를 집전합니다. 또 각종 사목 방문을 통해 교황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향한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될 때부터 교회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최초의 예수회 출신, 최초의 남반구 국가 출신, 교황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천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이라는 것으로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또 교황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택하였습니다. 이 이름으로 인해 우리는 교황의 영성과 사목방향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1181~1226)가 활동한 시기에는 식량부족으로 인해 대부분 사람들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유럽 곳곳에 도시가 형성되고 상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부에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인은 세상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가난'을 선택하였습니다. 성인이 선택한 가난은 재물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비운 그리스도를 본받는 길이었습니다. 성인이 선택한 '가난의 영성'은 이후 그리스도를 닮으려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길이 되었습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선택하며 물질주의와 쾌락주의에 빠져 하느님을 잊어가고 있는 이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가난의 영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가난의 영성은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교황이 되기 전부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실천하며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을 방문하여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였습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가난을 나누고, 또 고통을 위로하기보다는 고통에 함께하는 분이었습니다. 또 교황이 된 후에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세상 사람 모두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느님이 주시는 희망과 평화 그리고 사랑을 나누길 원합니다.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참으로 기쁜 소식입니다. 교황의 방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교황의 방한은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새로운 희망과 사랑 그리고 평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교황은 물질주의와 쾌락주의의 회색빛 안개가 뒤덮고 있는 현대 사회를 '가난의 영성'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가난의 영성을 통해 성덕에 이르렀듯이, 교황의 방한을 맞이하며 우리 모두가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참으로 열린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가 하느님 뜻에 맞는 세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김명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국제다문화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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