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무더위…홀몸노인·쪽방촌 건강 비상

입력 2014-07-25 11:09:16

보건소 취약계층 검진 강화

햇살도 비켜가는 듯 대낮에도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운 대구 쪽방촌. 그들의 힘겨운 여름나기가 시작됐다. 24일 오후 동구 신암동 쪽방촌 사람들이 물 한 통과 처마 밑 그늘을 위안 삼아 올해도 힘겹게 여름을 맞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햇살도 비켜가는 듯 대낮에도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운 대구 쪽방촌. 그들의 힘겨운 여름나기가 시작됐다. 24일 오후 동구 신암동 쪽방촌 사람들이 물 한 통과 처마 밑 그늘을 위안 삼아 올해도 힘겹게 여름을 맞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 중구 한 쪽방에 살고 있던 70대 A씨는 올해 초 아들이 사망한 뒤로 방에서 술만 마시며 살았다. 올 5월 A씨가 연락이 뜸해지자 이상하게 생각한 쪽방 주인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A씨는 안방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알코올중독 증상에다 갑작스러운 더위로 받은 열 스트레스로 사망한 것으로 봤다.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면서 홀몸노인과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질병을 앓거나 영양 상태가 나빠 더위 나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인 대부분이 각종 지병에다 체온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열사병 등 더위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홀몸노인들은 에어컨 등 냉방기기가 변변찮은 집에 사는데다 돌봐줄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다. 쪽방촌 주민들도 좁은 방에서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여름을 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1월 기준으로 홀몸노인은 6만9천565명, 쪽방촌 주민은 888명이다. 특히 쪽방촌 주민 가운데 60세 이상 노년층이 33%에 이른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집계결과, 지난해 더위로 인해 응급 구조된 환자 24명 가운데 60대 이상 환자가 29%인 7명이나 됐다.

쪽방 주민 자립시설인 '희망드림센터' 관계자는 "쪽방 주민 대부분이 땡볕 아래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인데다 60대 이상 노년층이 많다. 게다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 영양 상태가 나빠 건강이 우려된다"고 했다.

구'군 보건소는 방문건강전담간호사와 물리치료사를 취약계층에 보내 보살피고 있으며, 응급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홀몸가구에 수시로 전화해 안부를 묻고 있다.

나옥녀 북구보건소 방문간호사업 담당은 "취약계층의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건강이 상하기 쉬운 만큼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수분이 충분한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