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사 살리려 일감 몰아주나

입력 2014-07-25 07:10:52

전사적 수의계약 확대조짐…편법 과징금 우려도 외면

수천억원대의 적자로 경영위기에 처한 포스코플랜텍을 정상화하기 위해 포스코와 각 계열사들이 일감 몰아주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지역 산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7월 성진지오텍을 흡수 합병한 이후 적자가 쌓이면서 1년 만에 적자 규모만 2천억원대에 육박했다. 포스코플랜텍은 2012년 5억원의 영업 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7월 6천억원대의 부채와 3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안고 있는 성진지오텍을 흡수하면서 1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수주 실적이 거의 없어 하반기에는 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플랜텍이 해양플랜트 업체인 성진지오텍과 합병에 나선 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작품이었다. 당시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에 6천억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는 성진지오텍을 당기순이익이 20억원에 불과한 포스코플랜텍이 안고 가기에는 무리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 전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의 야심 찬 작품은 이내 초라한 결과로 돌아왔다.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의 경영이 악화되자 포스코와 각 계열사들은 '일감 몰아주기'로 '포스코플랜텍 살리기'에 나섰다. 포스코플랜텍 한 관계자는 "포스코플랜텍을 살리기 위해 포스코가 전사적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올 하반기 전 계열사로부터 일감이 몰리고, 해외 수주가 본격화되면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는 엄연한 편법이다. 일감 몰아주기 사실이 드러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플랜텍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플랜텍 한 관계자는 "포스코 본사와 각 계열사 경영진들과 상의해보니 '살리려면 어쩔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관행화된 일감 몰아주기는 지역 산업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수의계약 비중은 74.3%에서 92.3%로 18%포인트나 껑충 뛰어올랐다. 계약 규모도 24.5%나 급증한 14조3천570억원을 기록,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숙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포스코플랜텍을 살리기 위해 일감을 몰아주게 되면 지역 기업들이 경영에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 포스코 경영진의 오판으로 인한 고통을 포스코플랜텍의 구성원들과 지역 기업들이 나눠 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포항공단 한 기업가는 "포스코의 높은 수의계약률은 발주 기회를 대외에 개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능력 있는 중소기업의 시장 참여와 성장 기회를 막는다면 앞으로 지역기업의 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포스코가 대놓고 포스코플랜텍을 살리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다면 '지역기업과 상생을 추구하는 경영이념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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