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입력 2014-07-22 07:28:25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살아야만 하는가? (god의 노래 '길' 중에서)

노래 안에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노래 가사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메모지 위에 연필로 수없이 낙서했습니다. 그렇게 남긴 낙서가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제발 내가 꿈꾸는 길과 만나고 그럼으로 인해 내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최소한 이런 고민을 하면서 현재의 내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그리고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이 고맙습니다. 내 길은 바로 그런 사람들과 함께, 그런 사람들을 향해 걸어가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대입 수시모집을 위한 서류 준비와 관련된 전화를 많이 받습니다. 자녀가 몇 년 전 교육청에서 실시한 어떤 교육과정에 참가했는데 참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대부분입니다. 여전히 대입은 대한민국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닙니다. 대학입학사정관제가 등장한 이후 심화된 현상 중 하나가 스펙을 넘어 특화된 스토리까지 요구한다는 점이지요. 알고 보면 특화된 스토리는 구성하여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온 그것입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는 도구가 자기소개서라면 자기소개서의 본질은 바로 위의 '길'이라는 노래 가사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대답과 다름없습니다.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를 자주 접합니다. 오죽하면 자기소개서 표절을 검사하는 프로그램까지 나왔을까요? 대학별로 자기소개서 문항이나 분량에 차이가 있어 최대 6개의 서로 다른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하는 한다니 사실 엄청난 부담입니다. 이 때문에 매년 원서접수 마감 직전에는 자기소개서 작성하느라 밤을 새우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고, 온 가족이 자기소개서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자기소개서로 학원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일 것입니다. 자기를 소개하는 글조차 타인에 의존하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소개서 작성의 열쇠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장래 희망을 정하자, 자신만의 특화된 스토리를 만들자, 제한된 분량을 최대로 활용하자, 일찍부터 제대로 준비하자' 등이 그것입니다. 전문가들의 말인데도 일반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자기소개서 작성이 왜 어려운 것일까요? 기본적인 글쓰기 교육이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입니다. 자기소개서도 일종의 글쓰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타인과 구별되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현재 우리 교육은 주어진 시스템에 따라 획일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입시로 인한 획일화는 더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는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교육활동의 내용도 문제입니다. '내가 왜 이 길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대입에 유리한 활동만 선택해서 하다 보니 개인의 내면과 결부된 활동이 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선택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선택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아니다 보니 사고의 영역도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니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쓴 자기소개서가 유리해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면 그래도 표현이 잘 된 것이 나은 것이니까요. 잘 쓴 자기소개서보다는 잘 살아온 삶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그 삶이 자신의 미래와 결부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