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2'는 원래 서러운 존재다. 조직이 크든 작든 간에 '넘버1'이 전권을 휘두르면 2인자는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다. 2인자의 숙명이다. 2인자는 최고 권력자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살아남지, 자칫하면 단칼에 날아간다. 북한 장성택이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 것이 단적인 예다.
풍운의 정치판에서 40여 년간 '넘버2'의 자리를 지킨 김종필 씨는 정말 대단한 분이다. 5'16동지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 아래에서 숨죽이며 2인자 자리를 지켰고,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 때에도 그러했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촛불이다. 촛불은 밤에 빛을 내지만 낮에는 태양만 빛날 뿐이다. 태양이 대낮에 밝게 비출 때 촛불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의 처세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서글프고 애처롭다는 느낌도 동시에 받게 된다. 그도 한때 반란을 꿈꾸기도 했지만,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늘 2%가 부족했다. 감성이 낭만적이고 재주 많은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결단력 부족'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어디 정치판만 그러하겠는가. 기업이나 단체는 물론이고 작은 조직에서도 누구나 넘버1을 꿈꾼다. 유명한 영화 '넘버3'(1997년 작)에서는 조직폭력배 간에 치열하게 권력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한석규는 "누가 넘버3래, 내가 넘버2야"라는 말을 내뱉으며 재떨이를 휘두르는 무식한 '넘버2'와 충성경쟁을 벌인다. 또 다른 깡패 송강호는 부하들에게 "내 말에 토를 다는 ××는 전부 배신, 배신형이야"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인간은 권력 욕구를 타고나기에 심지어 죽을 날짜를 받아놓고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1인자와 2인자의 자리바꿈은 무척이나 힘든 법이다.
17일 자 매일신문에 경북도 최고 도시 자리를 놓고 구미가 포항을 추월하려 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올해 구미가 재산세 부과액, 지방세 증가액이 포항보다 앞서면서 '넘버2의 반란'이 시작된 것으로 비유됐다. 정치적으로는 구미시장 출신의 김관용 도지사가 포항시장 출신의 정장식'박승호 씨를 각각 이기고 당선됐다는 점에서 구미가 이미 우위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두 도시 간 경쟁은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감정싸움을 할 필요도, 상대의 약점을 찾을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 두 도시의 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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