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2일 오후 중국 쓰촨성을 덮친 지진은 리히터 규모 8.0을 찍었다. 짧은 순간 스쳐간 지진이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무엇보다 학교 교실 붕괴로 인한 피해가 컸다. 무너진 학교 건물이 6천300칸에 달했다. 지진으로 이 지역 학교 건물 대부분이 속 빈 벽돌로 지어진 사실이 들통났다. 학부모들은 학교 건물이 두부처럼 부서졌다고 해서 '두부교실'이라 이름 붙였다. 한참 학생들이 공부하던 시간, 두부교실에 갇혀 목숨을 잃은 학생만 5천335명에 달했다.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특유의 한 자녀 정책으로 대부분의 중국 가정은 자식이 한 명뿐이다. 하나뿐인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상실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역 교육 당국을 찾아가 부실 공사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당황한 중국 정부는 원자바오 당시 총리를 거듭 현장에 급파해 민심 수습에 나섰다. 학부모의 절망이 정부를 향한 분노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다. 사회적 공분을 샀던 '두부교실'은 내진 설계를 해 다시 짓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2013년 쓰촨성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 공허함이 드러났다. 재건했던 학교 건물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두부교실로 아이를 잃은 학부모들이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아직 중국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은 올해 4월 16일이었다. 이 사고로 294명이 숨지고 10명은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와 두부교실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두부교실이 속 빈 벽돌로 지어져 쉽게 무너졌다면 세월호는 속이 꽉 찬 벽돌 배나 다름없어 언제라도 가라앉을 수 있었다. 관리들이 눈감아 두부교실을 만들 수 있었다면 '벽돌배'가 뜨는 과정엔 소위 관피아가 있었다. 수습이 장기화하면서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도 빼닮았다.
세월호 사태는 관피아의 비호 아래 애초 띄워서는 안 될 배가 떴고, 선장이나 해경이 마땅히 제 할 일을 다하지 않아 살릴 수도 있었던 어린 학생들을 무더기로 희생시킨 것이 본질이다. 24일이면 세월호 침몰 100일이다. 수습이 길어지면서 모두들 이런 본질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사고 수습을 소홀히 해 세월호 참사 같은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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