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얌체·민폐 운전 (상)

입력 2014-07-21 07:00:00

끼어들고 꼬리 물고 15km 운전…환경오염·기름값 1만2천원 더 들어

15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북부정류장 부근 교차로에서 직진 차로를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어 좌회전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5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북부정류장 부근 교차로에서 직진 차로를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어 좌회전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도심 도로에서 얌체'민폐운전의 득실은 어떻게 될까? 본지 기자가 퇴근시간 대구 도심 구간을 실제 주행하면서 파악한 교차로의 위치와 형태, 신호등과 좌회전 차로 수, 정체 수준 등 통행 여건에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사회적 비용 연구 결과를 대입해 무질서 운전의 득실을 추론했다.

◆무질서 운전 vs 모범 운전

평일 퇴근시간인 오후 7시쯤 A씨와 B씨가 똑같은 구간을 서로 다른 행태로 운전했을 때를 가정해 그 이해득실을 구해봤다.

먼저 A씨는 차로와 신호를 무시한 채 끼어들기와 꼬리 물기를 반복하는 등 무질서 운전을 한 반면 B씨는 차로와 교차로 신호를 정확하게 지키며 안전 운전을 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출발해 경북대병원~대구역 앞~원대오거리~북부정류장~두류네거리 등을 거쳐 다시 출발지점인 반월당네거리(전체 거리 15.4㎞)로 돌아오는 코스를 살폈다. 비록 두 운전자가 실제로 이 구간을 서로 다른 행태로 운전한 것은 아니나, 도로 여건 등을 실사한 자료를 대입시킨 만큼 이 가상 실험이 현실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 함께 두 운전자를 출발시켜보자. A씨와 B씨는 반월당네거리에서 달구벌대로를 타고 수성교 방향으로 직진했다. S자로 굽은 구간을 지나 봉산육거리가 나오자 A씨가 신호를 받으려 과속을 했다. 차가 밀리자 좌회전 차로로 운행하다 우측 차로로 끼어드는 얌체운전으로 교차로를 지났다. B씨는 신호에 따라 멈춰 섰다.

A씨는 삼덕네거리를 빠져나오자마자 주유소 옆길(달구벌대로 440길)로 우회, 동덕로로 진입했다. 경북대병원 앞에 주'정차한 택시와 버스가 앞을 막자 감속 대신 급하게 차로 변경을 선택했다. 동인네거리에 다다른 A씨는 이번에는 좌회전 신호를 받았다. 그때 B씨는 경북대병원 앞을 막 지났다.

태평로를 탄 A씨는 교동네거리를 지나자마자 나타난 농협태평로공판장 앞 횡단보도 신호등에 노란불이 들어오자 이를 무시하고 지났다. 횡단보도를 통과할 때 신호는 빨간색이었고, 길을 건너던 행인 몇 명이 움찔 놀랐다. 거침없이 달리던 A씨는 우회전해 달서로에 진입했다. 지하차도를 지나 원대오거리에 이른 A씨는 직진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려 멈췄다. 그 바람에 차량 10여 대의 진행이 막혔다.

팔달로를 달리던 A씨는 팔달시장 앞이 복잡하자 차로를 좌우로 바꿔가며 곡예운전으로 속도를 높였다. 만평네거리에서 서대구로를 타고 두류네거리에 도착한 A씨는 곧바로 유턴한 뒤 달구벌대로로 진입, 반월당네거리에 도착했다. B씨는 두류네거리 600여m 전인 남평리네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무질서 운전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

승리는 이 구간을 1시간 7분 만에 주파한 A씨에게 돌아갔다. B씨는 11분이 지나서야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둘이 남긴 흔적을 더듬었을 때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였을까.

국토교통부가 산정한 대구권 1시간당 통행시간의 가치는 1만1천130원이다. 이를 환산하면 1분당 185.5원으로 A씨는 B씨보다 일찍 도착해 2천41원을 더 얻었다. 무질서 운전이 A씨 개인에게 이득을 안겼다. 그러나 A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바람에 주변 운전자들은 방해를 받았고 차량 흐름은 지장을 받았다. 끼어들기로 뒤차 3~5대가 순간 속도를 줄여야 했다. A씨는 모두 46차례 끼어들기 하는 바람에 주변의 다른 차 116대가 시속 5~15㎞씩을 줄여야 했다. 1대가 시속 10㎞를 회복하려면 평균 1.39초와 연료 1.27㏄가 소모된다. A씨가 끼어들기로 이들 차에 끼친 손해는 모두 566원이다.

사회적 비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좌회전을 하려고 직진 차로에 멈춰 선 것도 계산서에 넣어야 한다. 좌회전을 3번 하는 동안 1번은 직진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렸고, 이 바람에 직진 차량의 진로를 막았다. 다음 신호를 기다리느라 3분(180초)을 허비한 차가 24대로 이들에겐 1만3천356원의 손해를 끼쳤다.

개인적으로는 어떨까. 급감속과 급가속을 반복한 A씨는 기름 소모량도 많았다. A씨는 B씨보다 0.27ℓ의 휘발유를 더 사용했다. 이는 휘발유 가격을 ℓ당 1천859원으로 가정했을 때 B씨보다 502원을 더 사용한 셈이다. 이산화탄소도 0.63㎏을 더 배출했다. 지금까지 A씨가 유발한 사회적 비용은 모두 1만4천533원. 시간을 앞당겨 얻은 이득 2천41원을 고려해도 1만2천492원의 손해가 났다.

우리가 A씨에 청구해야 할 비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끼어들기와 꼬리 물기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우려도 계산해야 한다. 차량 1건당 물적 평균비용이 122만7천원, 대물은 135만9천원이다. 여기에 교통경찰비용(5만7천원), 보험행정비용(8만원)도 더해진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 다쳤을 때다. 1명당 사망은 4억1천716만원, 부상은 337만원이나 든다. 교통경찰과 보험행정비용도 물적 피해보다 훨씬 더 많이 지불된다. A씨가 사고를 내거나 A씨의 무질서 운전으로 사고가 날 경우 큰 비용이 발생, 득실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결국, 나만 빨리 가겠다는 얌체'민폐운전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과 지역사회에 엄청난 비용을 떠넘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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