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고…사포질…끼우고…칠하고… 김의정 기자 목공 도전

입력 2014-07-19 08:00:00

톱질의 기본은 침착한 마음가짐이다. 전동 톱 소리에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해서 톱질하고 있다.
톱질의 기본은 침착한 마음가짐이다. 전동 톱 소리에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해서 톱질하고 있다.
끝없는 사포질과의 전쟁. 여러 종류의 사포로 꼼꼼하게 사포질을 한다.
끝없는 사포질과의 전쟁. 여러 종류의 사포로 꼼꼼하게 사포질을 한다.
작은 하트 모양의 의자는 못질이 필요 없다. 망치질로 안장에 뚫린 구멍에 다리를 고정시킨다.
작은 하트 모양의 의자는 못질이 필요 없다. 망치질로 안장에 뚫린 구멍에 다리를 고정시킨다.

목공소의 문턱은 높았다. 지나다니면서 봤던 목공소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톱밥과 내 몸집보다 큰 나무판자들, 무시무시한 톱들은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었다. '나도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평소 목공예로 직접 집안을 꾸미는 사람들을 존경해왔던 터라 이번만은 꼭 목공소의 높은 문턱을 넘어보고 싶었다. 수소문 끝에 일반인도 목공을 체험할 수 있다는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몽마공방을 찾았다.

◆목공의 첫 단추, 자신감

16일 오후 1시. 몽마공방에는 20여 명의 중학생이 목공예를 체험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칸칸이 수납장을 서로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목공'이라고 하면 왠지 험할 것만 같아 겁먹었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학생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오늘 기자를 도와줄 선생님은 김우성 공방 대표와 장은정 목공지도사였다. 다른 공예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할 일은 만들 물건을 고르는 일이다. 하지만 만들 물건 고르는 일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다른 공예 체험을 통해 경험한지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번에는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해 만들고 싶은 물건을 결정해갔다. '작은 하트 의자'를 골라왔다는 기자의 말에 김 대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굴곡이 있는 하트 모양을 초보자가 자르기에는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보겠다!"는 기자의 자신감을 높게 샀다. 나무를 자르고 구멍을 뚫는 조금은 험한 일은 김우성 대표와, 색을 칠하고 다듬는 작업은 장은정 지도사와 함께하기로 했다.

◆"마음이 급해선 안 된다." 차분함이 생명

체험장으로 자리를 옮겨 재료 만들기에 돌입했다. 첫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두께가 38㎜나 되는 두꺼운 나무판을 하트 모양으로 잘라야 했다. 우려했던 단계였지만 나무 판과 톱 앞에 서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명을 듣고 선생님의 시범을 유심히 보기로 했다.

김 대표는 "흔히 '나무를 자른다'고 말하지만 자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알려줬다. 나무의 결 방향대로 자르면 나무를 '켜는 것'이고 결 방향과 수직이 되도록 자르면 나무를 '자르는 것'이다. 켜는 것은 일반인이 하기 어렵기 때문에 김 대표가 미리 켜둔 나무 조각을 이용하기로 했다.

가로 50㎝, 세로 30㎝ 나무 판을 클램프를 이용해 테이블에 고정시켰다. 사용할 톱은 '지그소'(jigsaw)다.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톱으로, 주로 판자를 곡선형으로 다듬을 때 쓴다. 나무판 위에 하트 모양 본을 얹고 본을 따라 연필로 나무 조각 위에 하트 모양을 그렸다. 이제 선을 따라 자르기만 하면 된다. 김 대표의 시범을 본 뒤 톱을 잡았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왜 앵~'하는 소리를 내며 톱밥이 날리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버튼에서 손을 뗐다. 선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무가 잘렸다. 날리는 톱밥 탓에 선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에요. 천천히 선 위를 따라 가위질을 한다는 생각으로 해봐요." 김 대표가 조언했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선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건 톱이 아니라 초등학생도 쓰는 가위라고 최면을 걸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차분하게 선을 따라가고 있었다. 말끔하게 떨어져 나온 하트 모양의 조각을 보자 벌써 나무 의자에 애정이 생기는 듯했다.

◆목공은 사포질과의 전쟁이다

떨어져 나온 하트 모양 나무 조각에 감탄하고 있는 기자에게 장 지도사는 손바닥 만한 사포 한 장을 쥐여줬다. "자 이제부터 사포질과의 전쟁입니다." 장 지도사는 잘린 나무 조각의 거친 테두리를 매끄럽게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다듬는 만큼 작품의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사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200방, 400방, 700방 등 모래알의 굵기에 따라 이름이 붙었다. '방'은 모래알의 굵기에 따라 거친 사포, 부드러운 사포를 나누는 단위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부드러운 사포를 뜻한다. 거친 사포로 다듬은 다음 부드러운 사포로 다시 다듬으면 표면이 더욱 매끄러워진다.

400방 사포로 거친 테두리를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이 정도면 됐겠지'하며 사포질을 멈출까 했지만 장 지도사는 다듬고 또 다듬었다. "하다 보면 욕심이 생겨서 사포질만 한참 해요. 이따 또 해야 하니까 이 정도만 할게요." 장 지도사의 말처럼 어느새 테두리는 거친 부분이 자꾸 만지고 싶을 만큼 부드러워져 있었다.

다음은 의자의 생명, 다리를 만드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트 의자에는 세 개의 다리가 필요했다. 보통 의자는 다리가 네 개지만 안장이 작을수록 삼각 다리가 유용하다. 다리 네 개보다 균형을 맞추기 쉽기 때문이다. 하트 뒷면을 드릴 프레스로 구멍 세 곳을 만들었다. 다리를 고정시킬 구멍이다. 뚫린 구멍 위에 다리를 대고 망치로 하나씩 힘차게 내려쳤다. 다리가 구멍 끝 부분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내려쳤다. "다리가 바닥에 닿으면 망치질 소리가 달라져요. 소리가 달라질 때까지 힘차게 망치질을 합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다리 세 개를 튼튼하게 고정시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리까지 완성하자 드디어 의자 모양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색칠 단계가 남았다. 원목을 칠할 때 사용되는 물감에는 '수성 스테인'과 '유성 스테인'이 있다. 의자는 실내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수성 스테인으로 색칠하기로 했다.

의자의 안장은 소나무 색, 다리는 흰색으로 결정했다. 마치 색칠놀이하는 기분이었다. 스펀지로 나무의 결 방향으로 바르는 게 관건이다.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최대한 얇게 바른다는 생각으로 색을 입혀주면 깔끔하게 완성할 수 있다.

약 10분 동안 선풍기 앞에 의자를 두고 물감을 말렸다. '이젠 다 됐겠지?'하며 의자를 봤는데 사포질했던 부분이 거칠게 다시 올라와 있었다. "사포질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장 지도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처음 사포질을 해서 매끄러워졌던 표면은 일시적인 모습이었다. 물기를 머금은 나무가 다시 거칠게 돌변한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욕심이 생겼다. 구석구석 힘차게 사포질을 끝낸 다음 물감을 덧칠했다. 드디어 색칠 단계 완성이다.

마무리는 광택제, '바니시'를 발라주면 된다. 나무의 감촉을 살리기 위해 다리 부분에는 바니시를 바르지 않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금 당장 마트에 진열해 두어도 팔릴 것 같은 의자가 완성됐다. 물론 혼자만의 평가였다. 하지만 나의 첫 목공 작품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사진 몽마공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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