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안방 내주는 쌀 시장…수입쌀 400% 고관세 지켜낼까

입력 2014-07-18 11:06:00

정부 "관세 유예폐지, 후속 조치 마련" 고율 관세 협상 최대 과제 기대 못미칠 땐

결국 쌀 시장 문이 열린다. 정부는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 개방을 선언하고,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다. 쌀 시장 개방을 미루는 대가로 지금까지 의무 수입 물량을 늘려오던 방식 대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수입쌀과 국내산 쌀의 가격 차이를 줄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야권과 농민단체의 반발이 극심한데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상대로 고율의 관세율 협상을 벌여야 하는 숙제도 남아 향후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8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쌀 시장을 개방하되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위한 우루과이라운드(UR)에 참여했다. UR에 참여하려면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의 차이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예외없는 관세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매년 일정량을 의무 수입하기로 했다. 올해 쌀 의무 수입량은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 423만t의 9.7%에 해당하는 40만8천700t이다.

정부는 쌀 시장 개방을 더 연기할 경우 2017년까지 의무수입량이 94만t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내 쌀 생산량의 22%에 이른다. 결국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가격 차를 좁히는 것이 오히려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 이날 개방을 선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쌀 시장을 개방하면 300~500%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산 쌀 가격은 80㎏에 17만원 선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 쌀의 국제가격 평균이 80㎏에 6만3천303원, 중국산 단립종 쌀은 8만5천177원이다.

400%의 관세율을 적용할 경우 수입 쌀의 국내 도입가는 미국 쌀은 31만원, 중국산은 42만원 선이 된다. 관세율이 200%까지 떨어져도 수입산 쌀 가격은 국내산보다 비싸다.

그러나 정부의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쌀 시장 개방을 반대해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연)은 17일부터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밤샘농성에 들어가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전농연 관계자는 "수입 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자유무역협정(FTA)'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으로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관세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정부가 정하는 관세율이 농민들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거센 저항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쌀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FTA'TPP에서 쌀을 양허(관세철폐 또는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고, 경상북도도 쌀 농가 보호를 위한 쌀 산업 발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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